공연장·프로모터 압박에 결국 하차
美·英 음악계서도 '가자 전쟁' 논란
공연 취소·보이콧 잇따라
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의 월드투어가 이스라엘·가자 전쟁을 둘러싼 갈등에 휘말렸다. 팔레스타인을 공개 지지한 미국 래퍼 매클모어가 투어에서 빠진 데 반발해 남아 있던 지원 공연진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오른쪽)의 월드투어가 이스라엘·가자 전쟁을 둘러싼 갈등에 휘말렸다. 팔레스타인을 공개 지지한 미국 래퍼 매클모어가 투어에서 빠진 데 반발해 남아 있던 지원 공연진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악시오스 등 외신은 가수 겸 프로듀서 피니어스를 비롯해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에런 로, 덴마크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 아일랜드 밴드 베오가 등이 에드 시런의 '루프 투어(Loop Tour)'에서 잇따라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피니어스는 남미 공연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었고, 로와 루카스 그레이엄는 북미 일정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베오가는 시런의 투어 밴드로 참여해왔다.
이들의 집단 이탈은 매클모어가 투어 명단에서 제외된 직후 시작됐다. 매클모어는 이달 초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런의 공연에 게스트로 나와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 주민들을 언급한 뒤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쳤다. 또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자신의 노래 'Hind's Hall'을 선보였다. 매클모어는 당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라고 표현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유대인 전체를 향한 비판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발언 이후 논란이 커졌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단체가 매클모어의 투어 제외를 요구했고, 일부 공연장 관계자들 역시 매클모어가 무대에 설 경우 시런의 공연 자체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이자 매사추세츠주 질레트 스타디움과 관련된 로버트 크래프트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크래프트는 매클모어의 최근 행동뿐 아니라 과거 일부 발언과 표현까지 문제 삼으며 유대인 사회에 상처를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매클모어 측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지지하는 것과 반유대주의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에드 시런 "매클모어 하차, 내 결정 아니었다"
논란이 자신에게 번지자 시런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시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클모어가 투어에서 빠진 것은 프로모터의 결정이지 내 결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일부 공연장이 매클모어가 계속 참여할 경우 공연을 개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자신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공연을 취소할 경우 이미 티켓과 여행 일정을 준비한 팬들은 물론 수백 명의 투어 스태프와 공연 관계자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침묵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파괴적인 갈등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이 전쟁과 민간인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시런은 자신의 콘서트를 가능한 한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입장도 내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과거 우크라이나 지원이나 인종차별 반대 등 여러 사회적 사안에는 목소리를 낸 바 있어 이번 대응을 놓고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런의 해명 이후 오히려 공연진 이탈은 본격화됐다. 빌리 아일리시의 친오빠이자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인 피니어스는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에게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예정됐던 시런의 남미 투어 공연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루카스 그레이엄의 보컬 루카스 포르크해머도 전쟁과 민간인, 어린이 희생에 대해 음악가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돈이 대화를 소유할 권리를 주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에런 로와 베오가 역시 매클모어 및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연대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시런의 루프 투어는 매클모어뿐 아니라 당초 예정됐던 주요 지원 공연진까지 한꺼번에 빠지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다만 현재까지 시런의 본 공연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며 투어 일정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매클모어 "100만달러 기부"…크래프트에게도 동참 제안
논란의 중심에 선 매클모어는 한 발 더 나갔다. AP통신 보도를 보면, 그는 에드 시런 투어 참가를 통해 벌어들인 순수익 100만달러(약 14억원)를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하는 단체들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에는 가자지구 의료·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포함됐다. 매클모어는 크래프트에게도 자신과 같은 규모의 기부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크래프트 측도 기부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 등에 대해서는 매클모어와 입장 차이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매클모어는 한 발 더 나갔다. AP통신 보도를 보면, 그는 에드 시런 투어 참가를 통해 벌어들인 순수익 100만달러(약 14억원)를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하는 단체들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편, 가자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공연계로 번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4년 영국 브라이턴에서 열린 음악축제 '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The Great Escape)'에서는 100팀이 넘는 뮤지션들이 공연을 포기했다. 축제 후원사였던 바클레이스가 이스라엘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과 금융 거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팔레스타인 연대 차원의 집단 보이콧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이듬해 축제에서는 바클레이스가 후원사 명단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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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R&B 가수 케라니 역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미국 코넬대는 2025년 교내 축제 헤드라이너로 예정됐던 케라니의 공연을 취소했다. 대학 측은 케라니의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발언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커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예정됐던 공연도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취소됐다. 전쟁과 인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예술가의 자유라는 주장과 수만 명이 찾는 대형 공연을 정치적 충돌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에드 시런의 투어를 둘러싼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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