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시골 마을 피딩턴에 난민센터 건립
주민투표서 찬성 285표로 독립 결정
"대부분 독신남", "극우 표적 될 수도"
정부 "옛 군사기지, 난민 수용 최적"
인구 350여명의 영국 시골 마을 주민들이 인근에 대규모 난민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발해 주민투표로 '독립'을 선언했다.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영국 BBC 방송을 인용해 "잉글랜드 옥스퍼드셔주 피딩턴 마을 주민들이 15일 투표에서 찬성 285표, 반대 26표로 영국에서 분리 독립해 '자결권'을 추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옛 군사기지에 난민센터…독립 투표로 반대 의사
주민 350여명의 잉글랜드 옥스퍼드셔주 피딩턴 마을에 최대 125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난민센터가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AI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미지. 엑스
영국에서는 호텔 등에 난민을 수용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이에 노동당 정부는 호텔 대신 옛 군사기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피딩턴 인근 옛 군사기지에도 망명 신청자를 최대 1256명 수용하는 난민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현재 마을 인구의 4배에 가까운 규모로, 최소 10년간 '독신 남성' 난민이 머물게 된다. 피딩턴은 대학도시 옥스퍼드에서 북동쪽으로 약 25㎞ 떨어진 마을이다.
이번 투표는 지역 자치기구인 교구의회가 주도했고 법적 효력은 없다. 투표 방식은 1949년 영국 코미디 영화 '핌리코행 여권'에서 따왔다. 영화 속 런던 주민들은 보물을 발견한 뒤 독립을 선언하고 전후 배급제에서 벗어난다. 마을 경계에는 이미 '피딩턴 공국'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세워졌다. 팀 맥널리 교구의회 의장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사례"라며 "우리는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했다"고 주장했다.
교구의원인 조 마셜은 공국 지도자 선출과 자체 신분증 발급까지 거론했다. 그는 지난 1967년 북해에서 독립을 선포한 마이크로네이션(초소형국가체) '시랜드 공국'을 언급하며 "피딩턴 독립운동은 정부가 마을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인구의 4배나 돼…심각한 문제 일으킬 것"
독립을 찬성한 주민들은 난민 대부분이 독신 남성이라는 점과 극우 세력이 시위를 위해 마을로 몰려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팀 비어더 옥스퍼드셔 카운티의회 대표는 BBC에 "난민센터가 시위하러 오는 극우 세력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언 다비(63)는 AFP 통신에 "우리 마을엔 마을회관과 12세기 지은 교회, 운동장이 전부"라며 "이건 마을 점령이나 마찬가지다. 인구의 4배나 된다. 그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려 할 것이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버트 오언(73)은 "나는 영국을 떠나는 데 투표했다"며 "정부가 마을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가워(26)는 "정부의 관심을 얻으려고 극단적이고 절박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며 "총리가 차를 마시러 온다면 환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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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버넘 총리는 16일 투표 결과에 대해 "주민들의 감정이 얼마나 강한지 이해한다"면서도 "호텔 난민 수용을 끝내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와 주민투표에서 제기된 문제를 살펴보겠지만 공정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 지역이나 일부 공동체만 모든 짐을 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사 낸디 문화장관도 "옛 군사기지는 호텔이나 임대 숙소보다 망명 신청자를 수용하기에 나은 선택지"라며 "혼란을 수습하는 동안 사람들을 어딘가에 수용해야 하며, 그 기지는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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