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녹스·브롬톤·할리데이비슨 잇단 확장
로고 빌려 옷 만들던 방식서 제품·문화까지 결합
의류 넘어 원제품 유통·A/S…해외시장도 공략
해외 지식재산권(IP)을 들여와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키운 뒤 다시 해외시장에 내보내는 '한국형 라이선스'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브랜드의 이름과 로고를 빌려 의류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원 브랜드의 제품과 기술, 문화, 팬덤까지 끌어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기업들은 라이선스 의류의 판매망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원 브랜드의 기존 사업 영역까지 직접 다루거나 해외 진출에 나서는 등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해외 IP의 인지도에 기대 상품을 판매하던 방식에서 국내 업체가 브랜드의 유통과 사업 확장을 주도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옷 넘어 기어·자전거까지…사업 경계 허문 라이선스
대표적인 사례가 헬리녹스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10월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와 손잡고 '헬리녹스 웨어'를 출시했다.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아 강남·잠실 등의 백화점과 쇼핑몰에 매장 5곳을 열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루프톱까지 약 960㎡(290평) 규모다.
다음 달 중국 상하이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12월에는 현지 정식 매장을 낼 예정이다. 초기 제품 반응도 빠르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에디션1'의 이클립스 팩 다운재킷과 다운베스트는 출시 한 달 안에 완판됐다. 지난달 3일 출시된 헬리녹스X크록스 '퀵 트레일 클로그'는 공식 온라인몰과 무신사 등에서 판매 시작 5분 만에 전량 소진됐고, 주요 오프라인 매장 판매율도 평균 85%를 웃돌았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출시 다음 날까지 재고의 99%가 판매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 close 증권정보 031430 KOSPI 현재가 10,480 전일대비 110 등락률 -1.04% 거래량 50,845 전일가 10,590 2026.09.18 15:30 기준 관련기사 어그, 장원영 앰배서더 발탁…가을·겨울 성수기 공략 스튜디오 톰보이, 日 첫 팝업…시부야서 글로벌 사업 확대 신세계인터내셔날 '텐먼스' 돌아왔다…3년 만에 재론칭 의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도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4년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라이선스를 확보해 같은 해 9월 의류 브랜드를 출시했다. 바이커 문화와 스컬·이글 등 특유의 이미지를 스트리트 패션으로 재해석했다. 출시 초기에는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알렸지만 지난해 대전신세계와 신세계 센텀시티 등에 단독 매장을 열며 정규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의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9% 증가했다. 특히 지난 7월10일부터 8월2일까지 운영한 성수 팝업스토어가 젊은 층의 호응을 얻으면서 해당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다. 미국 바이크 문화와 빈티지 감성을 담은 티셔츠류가 판매를 이끌었다.
더네이쳐홀딩스 더네이쳐홀딩스 close 증권정보 298540 KOSDAQ 현재가 6,690 전일대비 40 등락률 +0.60% 거래량 8,368 전일가 6,650 2026.09.18 15:30 기준 관련기사 더네이쳐홀딩스, 英럭셔리 자전거 '브롬튼' 앞세워 '1조클럽' 도전 더네이쳐홀딩스, 40억 규모 자사주 소각…"앞으로는 실적 개선에 총력" "최대주주 지분 매입은 호재"…저평가 신호에 주가 '꿈틀' 는 2022년 영국 폴딩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과 의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23년 '브롬톤 런던'을 출시했다.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332%, 지난해 92%, 올해 1분기 36% 증가했다. 최근에는 자전거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 7월 브롬톤 본사와 국내 자전거 총판 계약을 체결해 이달부터 자전거와 부품·액세서리 수입·유통을 맡고 향후 공식 사후서비스(A/S)도 제공한다. 관련 사업 매출을 2030년 700억원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MLB로 시작해 IP 인수까지…한국형 라이선스 커졌다
국내 패션기업이 해외 비패션 IP를 독립적인 패션 브랜드로 키우는 사업 모델은 1990년대 후반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출발점은 F&F의 MLB다. F&F는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의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야구 모자와 유니폼 중심이던 MLB 상품을 캐주얼·스트리트 의류로 확장했다. 스포츠 리그의 IP를 국내에서 하나의 패션 브랜드로 재해석한 것이다.
2012년 출시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탐험 이미지를 활용해 별도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들었다. 2012년 54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7년 2700억원으로 늘었다. F&F는 지난달 약 1132억원을 투입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글로벌 패션 상표권과 관련 IP까지 인수했다. 해외 IP를 빌려 국내에서 브랜드를 키우던 업체가 해당 패션 IP를 직접 보유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셈이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2013년 여행용 가방에서 출발해 2016년 의류로 확장했고, 플리스와 패딩 등이 인기를 끌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 더네이쳐홀딩스 매출은 2915억원까지 늘었다.
카메라 필름 브랜드 코닥도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안착했다. 하이라이트브랜즈가 2020년 출시한 코닥어패럴은 첫해 132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44억원으로 7.9배 증가했다. 현재 국내 오프라인 매장 122곳과 중국·일본·대만·홍콩·태국·호주 등 해외 2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로고만으론 안 된다…제품·문화까지 '브랜드 통째로'
다만 과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MLB와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성공한 이후 CNN, BBC, NFL, FIFA를 비롯해 방송·스포츠·자동차·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IP를 활용한 패션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했다.
라이선스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대형 로고를 앞세운 이른바 '로고 플레이'의 인기도 이전보다 약해졌다. 유명 IP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지면서 원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과 패션 상품 사이의 연결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해외 진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해외 IP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패션기업이 새롭게 구축한 브랜드를 다시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닥어패럴과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이미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했고, 헬리녹스 웨어 역시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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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앞으로 라이선스 패션의 경쟁력이 IP 자체의 인지도보다는 원 브랜드의 제품과 문화, 소비자층을 패션 사업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고를 의류에 붙여 판매하는 방식을 넘어 상품과 매장, 유통, 커뮤니티까지 연결하는 형태로 라이선스 사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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