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13일부터 수입·국산콩 혼용 제조
혼용 생산 어려운 만큼 이례적 평가
정부 국산콩 소비 진작에 수입콩 줄어 타격
"올해 논콩 재배면적 줄어…내년 물량 12월 확정"
"풀무원 수입콩 두부 및 두유면, 두부면 제품은 포장재 원산지 표시 사항과 같이 외국산 대두(콩) 100%로 제조되고 있으나 정부의 국산 대두 소비 활성 정책에 따라 13일부터 국산 대두가 일부 혼합돼 제조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두부 제조 업체 풀무원이 수입콩으로 제조하는 두부에 국산콩을 혼용하기 시작했다. 수입콩 또는 국산콩을 각각 100% 사용한 두부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국내 시장 환경에서 혼용 사용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수입콩 부족 사태로 다음 달 관련 제품 생산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풀무원은 최대한 원재료 사용 기한을 늘리고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수입콩 두부가 싼 데…올해 두부 시장에서 무슨 일이
풀무원의 이번 조치는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 두부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원자재인 수입콩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른바 '두부대란' 우려가 커진 상황에 나왔다.
앞선 지난 9일 전국 6개 지역 연식품 협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두부 중소 제조 업체들이 당장 내일 쓸 콩이 없어 멈춰서기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콩은 수입관리 품목으로 정부가 공급을 통제하는 대표 작물이다. 수입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독점 국영무역과 공매 입찰 방식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정부가 공급하는 물량을 협동조합이 구매해 이를 두부 제조 업체가 납품받는 식으로 원재료가 조달된다.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국내 가공용 대두는 연간 최소 25만t이지만, 올해 정부 공급 계획량이 약 3만t 적은 22만3899t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내 두부의 약 80%가 수입콩으로 생산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공급량이 줄어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부터는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수입콩 수급 부족 사태가 불거진 상황에서 풀무원의 조치가 이례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수입콩과 국산콩의 혼용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입자 크기가 다르고, 물에 불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차이가 있어 두 콩을 섞어서 동시에 제조 공정을 진행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특성이 다른 두 원재료를 각각 물에 불리고 섞어서 두부로 제조하기까지 절차와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어 각각을 100% 사용한 두부 제품만 주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입콩과 국산콩으로 만든 각각의 제품은 사실상 별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해 수입산 흰콩 중품 1㎏ 평균 가격은 3525원으로 국내산 흰콩 중품 1㎏ 평균(5000원)의 70% 수준이다. 이를 활용해 만든 국산콩 두부 제품은 수입콩 제품에 비해 가격이 3~4배 차이 난다. 격차가 크다 보니 사실상 주요 소비층과 제품 시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값이 싼 수입콩 제품 수요가 훨씬 크다 보니 국산콩이 남는다고 해서 제품 생산량을 대체하기가 어렵다"며 "혼용 생산을 하게 되면 품질 저하와 생산 수율 감소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수요 측면을 고려해 수입콩 제품에 국산콩을 혼용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추가 비용을 일부 감내하면서 가격은 기존 수입콩 제품을 유지, 생산할 계획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직불금에 급증한 논콩 재배면적…내년에도 대란 우려 나올까
업계에서는 이번 수입콩 부족 사태가 정부의 국산콩 소비 진작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3년 2월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국산 식량자급률이 낮은 일부 전략 작물을 양산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금 제도를 도입했다. 콩은 대표적인 전략 작물로, 정부는 벼 대신 논에 콩을 재배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했다. 정책 시행 영향으로 국내 논콩 재배면적은 급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21년 1만658㏊였던 국내 논콩 재배면적은 2024년 2만㏊를 넘어섰고 지난해 2만6242㏊까지 늘었다. 불과 4년 새 재배면적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정부도 이미 지난해부터 국산콩 공급과잉 우려를 인식하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콩의 정부 비축물량을 확대해 6만t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당시 농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추진하면서 논콩 재배면적 증가로 인한 콩 생산과잉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한다며 "콩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올해 1월에도 "타작물 재배의 경우 해당 품목의 재배면적이 빠르게 증가하면 그 품목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게 돼 면적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실제 정부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에 국산콩을 대규모 할인 판매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자 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 7월 원액두유 제품에 기존 외국산 대두 외에 국산 대두를 함께 사용할 계획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정부는 협동조합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 10일 올해 시중에 공급하는 수입콩 물량을 3만t 줄이되 국산콩 소비 진작을 위해 할인 공급 등에 나서며 콩의 총공급량을 평년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비축하고 있던 국산콩 2만1000t을 수입콩 가격 수준으로 할인해 공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동시에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정부 재고 수입콩 1만3000t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부 생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판단이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식품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수입콩과 국산콩을 섞어 두부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혼용을 전제로 국산콩 가격을 지원하는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T의 독점 국영무역과 공매 입찰 방식이 아니라 실수요자 단체 중심으로 민간 자율 직수입 체제로 전환하도록 하고 실질 필요량 25만t을 최소 공급 기준선으로 설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다음 주 중 시중에 추가 수입콩 물량 1만3000t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당장은 사태가 일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국산콩 과잉 생산이 해결되지 않고 수입콩 수입 방식을 유지하는 한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수입콩 물량 결정을 비롯한 사태 논의를 위해 가공업계와 농업인단체 등을 포함한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조만간 만나서 타협점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수입콩 공급 물량은 매해 12월 재정경제부와 협의해 결정하는 만큼 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내년 물량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국산콩 생산이 많다 보니 수입콩을 감축해 운영하면서 물량이 좀 적었다. 내년에는 물량이 늘어날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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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논콩 재배면적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2만2498㏊로 집계되면서 과잉공급 우려도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 조절의 필요성을 인식해 파종기 전에 생산자 단체의 협조 구하고 동시에 농업인들도 지난해 벼나 다른 작물로 전환한 부분이 많아 논콩 재배면적이 감소했다"며 "비축량 감축 수준을 고려해 재배면적도 더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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