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국 9개 해외사무소 구축
합병 없이 매출 1500억 돌파
상반기 매출 20% 넘게 성장
대표가 직접 서면 쓰고 쟁점 PT
“AI 시대엔 융합·조직력이 경쟁력”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서울 중구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9.10 김현민 기자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서울 중구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9.10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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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국내 법률시장 개방 당시, 국내 대형 로펌들의 시선은 일제히 뉴욕과 런던 등 영미권으로 향했다. 글로벌 로펌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으레 당연한 경로로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법무법인 지평의 선택은 달랐다. 화려한 금융 허브 대신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남들이 가지 않은 비어 있는 시장을 먼저 채우겠다는 역발상은 적중했다. 현재 8개국 9개 해외사무소(중국 상하이·베트남 호치민시티·하노이·캄보디아 프놈펜·라오스 비엔티안·인도네시아 자카르타·미얀마 양곤·러시아 모스크바·헝가리 부다페스트)라는 국내 최다 글로벌 거점을 확보했다. 지평은 이를 무기로 크로스보더 딜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영에서의 선구안은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른 법인과 합병 시도 없이 자체적으로 지난해 매출 1500억원을 돌파하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매출을 끌어올리며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지평의 비약적 도약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인물은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합류해 20여년간 지평에 몸담아 온 '지평맨' 김지홍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다. 그는 이행규 공동대표(28기)와 함께 지평의 '공채 1기' 젊은 리더십을 상징한다. 권위적인 대표직의 무게를 내려놓고 직접 서면을 쓰며 쟁점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는 그의 현장형 리더십은 카카오·네이버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연속 승소, 마키나락스 상장 자문, 군산조선소 매각 등 굵직한 메가딜을 성사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법률적 자문을 넘어 비즈니스 전반의 통합 해결책을 제시하는 '법률, 그 이상'을 청사진으로 띄운 김 대표를 최근 서울 중구 지평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PEF 대기업 족쇄 풀고 메가딜 주도…지평 ‘36년지기 투톱’의 현장경영[Invest&Law] 원본보기 아이콘

-70년대생의 '젊은 로펌 대표 리더십'이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저와 이행규 대표는 만난 지 36년째다. 지평의 성장 과정을 온전히 함께 지켜봐 온 공채 1기인 만큼, 조직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철저한 '현장형 집행부'를 지향한다. 공동대표 모두 직접 서면을 쓰고 주요 쟁점 PT에 나선다. 한 명이 PT에 나가면 다른 한 명이 내부 살림을 챙기는 식으로 실무를 병행하며 고객과 밀착해 호흡하고 있다. 젊다는 것은 결국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가능성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융합해 내는 실행력이 높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와 자본시장 분야의 전문가로서 두 공동 대표의 시너지가 돋보인 사건 사례가 있었나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투자 과정에서 공정거래와 자본시장 이슈는 필연적으로 얽혀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제외 관련 자문이 있다. 사모펀드(PEF)는 기업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사는 것임에도,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돼 규제를 받는 상황이었다. 지평의 공정거래, 자본시장, 인수합병(M&A) 그룹이 빈틈없이 협력해 이 점을 공정위에 설득해 냈고, 국내 최초로 'PEF 전업집단'으로 인정받아 규제에서 벗어나게 했다. 두 대표가 쌓아온 전문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최적의 해결책을 낸 사례다.

-국내 로펌 중 가장 많은 8개국 9개 해외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법률시장 개방 당시 영미 명문 로스쿨 유학이나 글로벌 로펌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전형적인 경로였다. 하지만 지평은 남들이 안 가는 아시아 신흥시장을 현장에서 직접 배우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2007년 베트남 호찌민과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미얀마, 러시아 모스크바 등 비어 있는 시장을 먼저 선점했다. 후발주자의 정공법 대신 택한 이 우회로가 지금은 크로스보더 딜에서 다른 로펌이 흉내낼 수 없는 지평만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서울 중구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10 김현민 기자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서울 중구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10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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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만 20% 이상 쾌속 성장했다. 어떤 분야에서 거둔 성과인가.

▲지난해 1500억원 매출 돌파에 이어 의미 있는 성과가 고르게 터졌다. 노동 분야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인 반도체 제조사의 노조 위법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을 승소로 이끌며 선례를 만들었다. 공정거래 분야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핵심 사건 3연속 승소를 이끌었고, 국내 주요 제당회사들을 대리해 1200억원대 과징금 집행정지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받아냈다. 자본시장과 부동산에서도 증거금 14조원이 몰린 마키나락스 상장 자문, 7800억원 규모의 군산조선소 매각, 휴맥스빌리지 매각(2800억원), 프로젝트 리츠를 활용한 한성자동차 정비소 매입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성장을 견인했다.


-대형 로펌 상당수가 외형 확장을 위해 합병을 택한다. 지평이 합병 대신 '자생적 성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지평이 생각하는 성장은 규모만 키우는 것과 다르다. 우리는 2008년 지성과의 합병을 통해 조직 통합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다. 사람 수나 조직의 크기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최근 세계 1위 로펌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의 성장을 이끈 데이비드 폭스 변호사가 AI 중심의 소형 로펌 '어빙'을 출범시킨 것은 몹시 흥미로운 사례다. 법률시장의 승리 공식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는 시대에는 머릿수보다 복잡한 상황을 꿰뚫어 보고 융합적 역량을 발휘하는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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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법률 시장의 변수와 지평이 구상하는 하반기 청사진은.

▲가장 큰 변수는 단연 AI와 이에 따른 산업·규제 환경의 변화다. 이제 문제는 단일 법률 지식만으로 풀 수 없으며, 사후 대응에서 선제적 리스크 차단으로 서비스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지평은 하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기술, 정책 비즈니스를 모두 아우르며 실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법률 파트너가 될 것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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