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임기 내 시추 요구한 尹…"정무적 판단은 내가"
감사원 "검증 없이 조급 추진"
산업부 '성공 가능성 20% 이내·홍보 자제'
부정적 보고에도 尹 직접 발표
2026년까지 4공 추가 계획석유공사 입찰과정 국가계약법 위반
시추 시기 조정했다면 43억원 절감 가능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린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당초 2029년까지였던 추가 시추 일정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내로 앞당기도록 요구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탐사 성공 가능성이 20% 이내로 불확실하다며 대외 홍보 자제를 건의했지만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가 결정됐고, 한국석유공사는 유망성평가 결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시추에 속도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정책 결정의 옳고 그름보다는 사업 추진 경위와 용역업체 선정, 시추 집행 과정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2023년 11월13일 대통령실에 동해 심해에 35억~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추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어 2024년 5월24일 대통령실 대면 보고에서도 탐사 성공 가능성이 20% 이내로 상당히 불확실하다며 대외 홍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같은 달 31일 대통령실 내부 논의에서 산업부 장관의 대통령 직접 보고와 대국민 발표 방침이 결정되자 산업부는 시추로 확인되지 않은 탐사자원량을 공개하면 과도한 기대를 불러올 수 있다며 자원량 대신 면적으로 표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6월2일 산업부 장관의 대통령 보고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내용이 유출될 경우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대국민 발표를 건의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튿날인 6월3일 직접 국정브리핑에 나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1차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발표가 나온 2025년 2월7일에는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감사에서는 대통령실이 시추 일정까지 단축하도록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초 산업부는 2024년 말 대왕고래를 첫 시추한 뒤 2029년까지 4개 시추공을 추가로 뚫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24년 9월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일정을 보고받은 뒤 시추를 윤 대통령 임기인 2027년 5월 이전으로 앞당기라고 요구했다.
산업부가 시추공 평가·분석에 시간이 걸려 일정 단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대통령실은 장관의 대통령 직접 보고를 요구했다. 산업부 장관이 일정을 2028년 1분기까지로 앞당긴 1차 계획을 보고하면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윤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고 질책하며 계획을 다시 짜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산업부 장관은 "무리한 일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2026년까지 4개 시추공을 추가로 뚫는 계획을 다시 보고했다.
다만 감사원은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 등에 적용할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통령실과 산업부에 이 부분과 관련한 별도의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사업 집행 과정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유망성평가 용역을 발주하면서 관련 경험을 가진 업체가 17곳에 달해 국가계약법상 지명경쟁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별도의 시장조사 없이 1차 용역 4곳, 2차 용역 3곳만 임의로 골라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책임자 경력 등 내부적으로 정한 평가기준도 입찰 참여 업체에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2차 용역 기술평가에서는 당초 평가기준에 없던 '용역책임자 수행능력'을 추가해 한 업체를 탈락시켰다. 감사원은 기존 기준대로 평가했다면 해당 업체도 기술평가를 통과했고, 최종 제안가격이 낙찰업체와 같아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관련자에 대한 문책과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다.
첫 시추 대상인 대왕고래 구조의 유망성 자체에 대한 검증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용역업체는 7개 유망구조의 탐사자원량 중간값(P50)을 모두 74억2000만배럴로 추정했다. 이는 과거 17년간 동해 가스전에서 생산된 양의 165배에 해당한다. 일부 구조의 경우 과거 다른 기관의 평가치보다 39배 이상 많았다.
대왕고래의 지질학적 성공확률은 19.1%로, 2021년 실제 시추에서 가스 발견에 실패했던 '방어 구조'의 당시 성공확률 25~32%보다도 낮았다.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해외 자문단을 통해 분석방법의 적절성만 확인한 뒤 용역이 끝나기도 전인 2023년 10월 첫 시추계획을 세웠다.
실제 2024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진행된 대왕고래-1 탐사 시추 결과 가스포화도는 당초 예상한 50~70%에 크게 못 미치는 6.3%에 그쳤다. 발견된 가스 역시 석유·천연가스 가능성이 큰 열적기원 탄화수소 가스가 아닌 생물분해 바이오가스로 확인됐다.
시추선 계약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투자리스크위원회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기 전에 시추선 용선 입찰 절차부터 시작했다. 시추선 시장 상황을 분석해 작업 시기를 2024년 12월에서 2025년 6~7월로 조정했다면 약 43억원의 용선료를 아낄 수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은 분석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에 앞으로 유망성평가 결과에 대해 내부 교차검증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외부 전문기관의 기술성 평가를 거친 뒤 시추하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산업부에도 시추선 계약 등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시추 대상 구조와 위치를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탐사시추 승인 요청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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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왕고래 구조는 1차 시추와 후속 정밀분석 결과 회수 가능한 가스가 발견되지 않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이후 대왕고래를 제외한 다른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후속 탐사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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