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은 시급하고 중요한 명제
지역경제 살리기 위해 지방은행 역할 중요
시금고 선정방안 등 재설계해야
우리나라의 지역불균형 성장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명제이다. 이는 한국의 빠른 경제발전과정에서 빚어진 구조적 이슈이긴 하나 단순한 도농 격차 수준을 벗어나 극단적인 수도권 편중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인구 및 경제력 집중도가 서울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쏠려 지방의 청장년 도시 유출, 지방 세수기반 붕괴로 이어져 지방소멸 위험을 높이고 있다. 최근 전남광주통합 특별시의 출현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해 탄생한 정책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핵심적인 과제들인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 부동산 공급부족과 가격 급등, 유명학군 등을 포함한 교육문제, 청년실업, 고령화시대의 노인 빈곤층 해결 등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도 지역경제 갱생 및 지역균형발전은 솔루션 찾기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 과제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장기간에 걸쳐서 정부가 지방도시를 육성해 나가고 산업단지 조성 및 정주 여건 투자, 재정의 지방 배분 등을 꾸준히 실행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음에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아 주어야 한다.
지역경제 살리기 위한 지방은행의 역할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 중 지방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역에서 창출된 예금이 다시 그 지역에 투자되는 선순환구조를 지방은행이 만들어 주어야 하고 각종 정책금융과도 연계하여 지역의 기업 및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금융 채널이 바로 지방은행이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튼실하지 않고 신용도가 높지 않은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지방은행의 도움 없이 전국구 시중은행을 직접 접근하는 일이 용이치 않다. 또한 지방은행 스스로도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규모, 지점망, 인공지능(AI) 및 디지털금융 역량 등이 크게 열위에 있으므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은행의 육성방안도 정책적 차원에서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도 민간투자를 이끄는 실질적 마중물이 되려면 지역기업, 지방은행,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과거의 지역발전이 주로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국민성장펀드라는 플랫폼을 통해 민간자본이 지역에서 순환하는 구조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로써 지방은행은 산은 수은 신보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과 협업하여 지역의 주력기업이나 경영 애로 기업에 우대금리를 적용 지원하고 지역 스타트업에 보증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은행 육성을 위한 시금고 선정방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을 '시금고'라 하고 지자체는 일반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와 특별회계나 기금 등을 관리하는 2금고로 나누어 금융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발전과 육성은 지자체가 먼저 챙기는 것이 옳다. 지자체와 지방은행은 지역인구감소와 경기둔화의 여파로 공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서로를 지원하며 시너지를 내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의 일환으로 지방은행 육성 차원의 시금고 선정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지역 시금고 선정 시 평가방식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시금고 평가 기준을 여수신금리 경쟁이나 출연금 경쟁 등 시중은행과의 정량평가 위주에서 지역 재투자율, 지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출실적 등 지역경제 기여도나 지역경제 선순환구조 중심의 정성평가에 배점을 보다 높게 부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이나 NH농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아래에서 시중은행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고 있으면서도 지역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순환되도록 지역밀착 대출을 주 업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시금고 지정 시 우대조건을 부여받는 것은 합당하다.
이에 서울 수도권 지역의 시금고 선정은 시중은행 간 시장경쟁으로 두되 지역 시 군단위 지자체에서는 1금고는 해당 지역은행이 맡고 2금고는 군읍면 단위에 지점망을 촘촘히 갖춘 농협은행이 담당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자체와 지역은행, 농협은행이 경쟁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로 합력하는 '윈윈윈' 구조이다.
지방은행 발전의 해외사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일본 지자체도 '지정금융기관 제도'를 통해 제세공과금 수납 지급업무 등을 처리하도록 금융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일본 지방은행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 지자체의 지정금융기관 중 지방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로 주류를 차지한다. 이는 지자체 및 지방은행 간 형성된 지역밀착형 행정이 최우선으로 평가된 결과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방은행이 1금고로 선정된 비중은 약 14%에 불과하고 전국적으로 지역농협 네트워크를 보유한 농협은행이 약 68%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볼 만하다.
지역은행이 지역밀착형 금융으로 성공한 사례로 독일의 슈파르카세(Sparkasse)가 종종 언급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들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공공 저축은행에 해당하는데 관계형 금융 위주의 방식으로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침체기에도 지역 중소기업에 자금조달의 안전판 역할을 잘 감당해준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은행, 지역발전의 모퉁이 돌 되자
브라질 쿠리치바시를 저비용으로도 스마트도시로 변화시킨 제이미 레르네르(Jaime Lerner) 시장은 '지역개발은 예산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고 '지자체, 지역기업, 시민참여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했다. 또한 일본의 지역금융그룹인 후쿠오카 파이낸셜(FFG)은 후쿠오카시가 지역의 IT 민간기업들과 협력해 지역의 폐교 등을 리모델링해서 관민협력형 벤처 창업 생태계를 조성했을 당시에 창업센터를 만들고 펀드를 조성해서 이들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은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하에 해당 지역의 특화된 경쟁력을 발굴해 지역경제 갱생에 앞장서야 한다.
마침 정부가 호남 충청 영남지역에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지방균형발전과 획기적 성장기반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각자도생의 글로벌 환경하에서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산업정책을 정부가 전략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음은 큰 경쟁력이다. 지방은행들도 이에 발맞추어 반도체 클러스터, AI 데이터센터 등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중앙정부와는 물론 정책금융기관, 지자체, 지역기업과 힘을 모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대명제를 풀어가는 모퉁이 돌이 되자.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李대통령, 레버리지 ETF 비판에..."투자 이익 볼지...
윤만호 금융 칼럼니스트(전 산은금융지주 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