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벌고 2원 뱉었다"…경실련 "21년간 580조 부당매출에 과징금 11조…공정위 '솜방망이' 제재 그만"
정부 제재, 재발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
소비자 피해 구제 위해 집단소송제 확대 촉구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기업들이 담합과 부당지원 등 위법행위로 약 21년간 58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아울러 행정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가 입은 소액·다수 피해를 공동으로 배상받을 수 있도록 전 분야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을 촉구했다.
21년간 4800건 전수조사…관련 매출액 대비 부과율 2% 이하
소비자·시민단체 19곳으로 구성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가 9월 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소송법 처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경실련 강당에서 '공정위 과징금 부과 실태 분석 및 제도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부터 2026년 7월까지 공정위가 1856건의 처분에서 4822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약 21년간 공정위 처분 사건의 관련 매출액 합계는 총 580조2548억원, 과징금은 11조2451억원이었다. 평균 부과율(과징금을 관련 매출액으로 나눈 값)은 1.94%였다. 위법행위로 100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공정위가 매긴 과징금은 2원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경실련은 "정부의 유명무실한 행정제재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부과율 추이를 살펴보면 2006년 1.13%에서 2011년에는 0.97%로 떨어졌고, 2016년 1.72%, 2021년 2.77%를 거쳐 올해는 7월까지 3.50%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약 21년간 관련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기업 매출 합계는 171조4220억 원으로 전체의 29.54%를 차지했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2조524억원으로 전체 과징금의 18.25% 수준이었고, 부과율은 1.20%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SK그룹 계열사 3곳(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은 모두 합쳐 15건의 처분을 받는 동안 부과율이 평균 0.47%에 그쳤다.
누적 과징금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이 부과받은 총액이 2조7647억원으로 전체의 24.59%를 차지했고, 이들의 관련 매출액 126조7499억원 대비 부과율은 평균 2.18%였다. 2017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으로 각각 6025억원과 4286억원의 제재를 받은 퀄컴 아태법인과 퀄컴은 단일 사건으로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냈음에도 부과율은 나란히 2.70%였다. 공공 입찰 담합 등에 반복 연루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현 DL이앤씨) 등 국내 대표 건설사들이 각각 수천억원대의 누적 과징금을 기록했으나 관련 매출액 대비 부담은 1~3% 안팎에 그쳤다.
"집단소송제 전 분야 확대 시급" 주장도…공정위는 과징금 개편 속도
경실련은 "위법행위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보다 제재 부담이 커지도록 과징금 체계를 개편해야한다"며 "국고에 귀속되는 과징금 특성상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본 소비자의 실질적 피해구제 및 사고 예방을 위해 전 분야 집단소송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까지도 똑같이 배상받는 제도다. 현재는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다. 법무부는 하반기 핵심 과제로 소액·다수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집단소송제 대상을 소비자 피해 전반으로 넓히는 법안이 국회에 다수 제출되어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최근 제도화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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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정위는 과징금 상향, 반복 위반에 대한 가중 처벌 확대, 협조 감경 축소라는 세 가지 골자를 축으로 공정거래법 등 7개 법에 대해 과징금 체계 전면 개편을 진행 중이다. 담합 사건의 경우 과징금 하한을 관련 매출액의 10%(기존은 0.5%)로 끌어올리고 상한도 30%까지 확대(기존은 20%)를 추진하는 한편, 상습 위반 사업자에 대한 최대 가중치는 기존 2배인 100%로 늘리고 협조 감경 폭은 10%(기존 20%)로 줄여 제재망을 조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재 기준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과거 사건들이 대거 포함된 20년 치 통계는 현시점의 기조,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하반기 중 제도 개편을 마무리해서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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