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신청 건수 7월까지 131건
서울 3.7배 등 수도권 증가세
올해 계약갱신청구권 40%대↓
전세난에 이사 대신 버티기

부동산 실거주 요건 강화 정책과 세제 개편 여파로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나서면서 올해 들어 7월까지 임대차 분쟁이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매물이 사라져 이사 선택지가 좁아진 세입자들이 버티면서 계약 갱신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대신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로 연장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집주인 실거주에 '계약갱신' 분쟁, 벌써 작년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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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임대차 분쟁 중 '계약 갱신·종료' 관련 조정 신청 건수는 올해 1~7월 131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인 122건을 넘었다. 2021년 46건과 비교하면 5년 새 3배가량 커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은 관련 조정 신청 건수가 3.7배, 경기도는 1.9배 늘었다.


임대차 분쟁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은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여부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은 세입자가 한 차례만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행사 시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집주인과 합의해 재계약을 하면 임대료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매·전세·월세가 일제히 상승하는 '트리플 상승'으로 전셋값이 올라 임차인이 주변으로 갈만한 주택을 찾기 힘든 구조라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주인 실거주에 '계약갱신' 분쟁, 벌써 작년 훌쩍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실거주 요건 등이 대폭 강화되면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하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입자 입장에선 최대한 이사를 하지 않고 버티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계약서 없이 묵시적으로 갱신하던 가운데 갑작스럽게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거나 실거주하겠다고 한 집을 제3자에게 다시 임대를 줄 경우 세입자의 반발이 거세다. 또 전세매물이 귀해지면서 5% 이내에서 전세금을 올리는 계약갱신요구권 대신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갱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세난에 세입자들이 기존 집에 남아 버티기를 선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지난해 11월 50% 안팎이었지만 올해 들어 40% 초반대로 낮아졌다. 반면 일반 갱신 비중은 점차 늘어 지난달 60%를 기록했고, 9월(15일 기준) 들어서도 비중 60.7%를 차지했다.

5% 임대료 인상 상한을 적용받는 계약갱신청구권 대신 일반 갱신이 늘어난 배경에는 극심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57건으로 1년 전(2만3164건)보다 12.2% 줄었다. 신규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 청구권을 이미 소진했더라도 임대료를 집주인과 합의해 기존 집에 계속 거주하려는 세입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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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부동산 분위기도 비슷하다. 서울 동대문구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년 새 갱신청구권 사용이 줄어든 게 체감된다"고 말했고 노원구 공인중개업자도 "전세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갱신 청구권을 이미 사용한 사람들이 더 살기 위해 일반 갱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현상으로 전세매물이 더욱 줄어들고 집주인과 세입자 갈등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선 부동산 관계자는 "살던 사람들이 계속 거주하려고 하다 보니 전세 매물은 더 귀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세입자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청구권이든 합의든 어떤 방법으로든 더 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현재는 이동 제약이 너무 크다"며 "임차인이 현재 사는 집을 떠나도 시장에 임차 매물이 많아 선택할 권한이 있다면 갱신청구권을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할 텐데,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사용을 아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갱신 청구권을 2년 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게 더 안정적일 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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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소장은 "세입자들이 계속 기존 집에 살려고 하니 임대차 매물 공급이 나올 요인이 없어 순환이 안 되고 있다"면서 "물건이 부족하다 보니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폭등이 우려돼 현시점에서 임대료를 조금 더 올리고 갱신청구권은 나중에 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가을 이사 철에 진정한 전셋값 폭등이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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