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S·ICE 등 9개 연방기관에 행정 청구
"불법 감금·절차 남용으로 정신적 피해"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들을 대리하는 조지아주 한인 변호사는 미 국토안보부(DHS)와 이민세관단속국(ICE), 관세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등 9개 연방 기관을 상대로 행정 청구(Administrative Claim)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연말까지 전체 청구 접수를 마칠 계획이다.
행정 청구는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에 따라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다. 청구인은 정부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와 배상 요구액을 제시하고 합의를 요구할 수 있다. 연방기관이 청구를 기각하거나 법정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당시 단속과 구금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손해배상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대리인은 첫 번째 청구인의 서류가 해당 연방기관들에 우편으로 발송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CNN에 공개했다.
첫 번째 청구인인 김모씨는 단속 요원들로부터 불법 감금과 절차 남용을 당했고, 이들이 고의로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압수당한 소지품과 임금 손실,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김씨는 ICE 시설에 7일 동안 구금되면서 "모욕적인 생활 조건을 강요받았다"며 당시 단속과 구금이 지속적인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밝혔다.
CNN과 인터뷰한 노동자들은 체포 사유에 대한 설명이나 통역을 제공받지 못한 채 수갑과 족쇄가 채워졌으며,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과밀한 감방에 수용되는 등 열악한 구금 환경에도 노출됐다고 전했다.
보복을 우려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노동자 4명은 유효한 비자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체포 당시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노동자는 "구금된 뒤에도 우리가 왜 연행됐는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지 못했다"며 "누구도 상황을 알지 못했고 모두가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적절한 설명 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적어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상황을 설명해줬다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잘못 인정하고 사과해야"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이번 법적 대응의 목적이 "미국 정부가 저지른 엄청나고 부당한 실수를 인정하고 시인한 뒤 사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미등록 이민자 4명을 발견했다는 허위 구실을 내세워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한국 기업의 사업장에 완전무장한 요원 수백명을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합법적으로 입국한 엔지니어들에게 수갑과 족쇄를 채우고 범죄자처럼 끌고 갔다"며 "마치 한국 기업이 미국 노동시장을 침범한 것처럼 보이게 해 공개적으로 수치를 줬다"고 주장했다.
CNN은 청구 대상인 9개 연방기관 모두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DHS와 CBP만 답변했다고 전했다. DHS는 "ICE가 불법 고용 관행과 기타 중대한 연방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법원이 발부한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CBP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보도자료를 참고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자료에는 체포된 노동자들이 비자나 체류 자격 조건을 위반해 불법으로 일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CNN은 전했다.
미 이민 당국은 지난해 9월4일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기습 단속해 노동자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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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무장한 단속 요원들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수갑과 족쇄를 채워 연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과잉 단속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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