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사칭해 대리구매 유도…6억원 가로채
조직원 10명 송치·8명 구속, 총책 추적중

태국 파타야 한 리조트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국내 공공기관을 사칭해 6억원대 노쇼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지난 4월27일 태국 파타야 현지에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의 관리팀장(오른쪽 두 번째)과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지난 4월27일 태국 파타야 현지에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의 관리팀장(오른쪽 두 번째)과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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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가입·활동과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태국 파타야 거점 사기 조직원 A씨 등 8명을 구속 송치하고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올해 2월24일부터 4월8일까지 국내 설비 납품업자 22명에게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과 대학교, 교육청, 교도소, 시청 등 공공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약 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얻은 범죄수익 가운데 57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공공기관을 사칭해 설비업체에 물품을 대량 주문하며 먼저 신뢰를 얻었다. 이후 "소방점검에 필요한 소화기 등 물품을 대신 구매해주면 그 비용까지 함께 지급하겠다"고 속여 자신들이 지정한 업체에 돈을 보내도록 유도했다. 지정한 업체는 일당이 만든 가짜 업체로, 피해자가 대리구매 대금을 송금하면 이를 가로채는 식이었다.


범행에 쓸 대포계좌도 직접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로또' 등 도박사이트 업체 관계자를 사칭해 이용자에게 "보증보험사를 통해 도박 손실을 보상받으려면 손실 내역이 필요하다"고 접근했다. 이후 계좌를 새로 만들도록 유도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렇게 확보한 계좌를 노쇼 사기 피해금을 받는 데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범행 거점은 태국 파타야의 한 리조트였다. 한국인 총책은 지난 2월께 리조트 1~3층에 콜센터와 조직원 숙소를 마련하고 아르바이트 사이트와 지인 소개 등을 통해 조직원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경기도 일대에서 활동한 조직폭력배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은 11명 규모의 조직을 꾸려 범행 시나리오를 교육한 뒤 실전에 투입했다. 대포계좌 모집에 성공하면 건당 300만원, 노쇼 사기 성공액의 10%를 수당으로 책정하고 실적에 따라 추가 수당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은 조직원들의 여권과 범행용 휴대전화를 따로 보관하고 사생활과 실적을 수시로 보고하도록 했다. 근무수칙을 어기면 욕설·폭언을 하거나 구타하기도 했다. 경찰 단속에 대비해 조직원들을 3명씩 팀으로 나눠 리조트의 서로 다른 층에서 근무하게 하고 팀 간 연락을 제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계형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피싱사기수사2계장이 16일 오전 서울청 마포종합청사에서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활동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이계형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피싱사기수사2계장이 16일 오전 서울청 마포종합청사에서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활동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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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3월 말 관련 첩보를 입수해 경찰청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태국 수사당국과 공조에 나섰다. 약 한 달 만에 현지에서 조직원들을 붙잡았고,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순차적으로 국내로 송환했다. 현장에서 달아난 한국인 총책은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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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수익과 숙식 제공을 미끼로 한국인을 해외 피싱 조직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도박·투자 손실을 보상해주겠다며 계좌를 요구하거나 공공기관·대학교를 사칭해 대리구매를 유도하는 노쇼 사기도 크게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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