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위성곤 지사 "제주를 기후경제수도로…기업유치하고 산업 키우겠다"
"기후경제수도 제주 목표…기후테크·AI 기업 유치"
수소 소비처 부족 지적…경제성 낮은 수소트램 중단
해상풍력 국가계통 연결하고 주민 이익 공유 확대
자발적 탄소시장·맞춤형 전기요금제 도입 추진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 머물지 않고 기업 투자와 산업 육성, 도민 이익을 하나로 연결하는 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를 재생에너지 실증 지역에서 벗어나 관련 기업과 인재가 모이고 도민이 사업의 수익을 공유하는 '기후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위 지사는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열린 '2026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전임 도정이 추진한 정책은 대부분 이어가되 몇 가지는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며 "기후테크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실증하려는 기업을 유치하고, 제주에서 새로운 에너지 산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린수소는 양적 확대보다 생산한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어떤 산업으로 연결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위 지사는 "제주에는 수소 실증설비와 생산시설이 많이 구축돼 있지만 정작 수소를 소비할 수요처가 사실상 부족하다"며 "수소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제주 그린수소 생산량은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수소 생산량은 71t에 그쳤다. 이는 2035년 연간 생산 목표(6만t)의 0.1%에 불과하다. 수요처가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 설비 확대 위주의 정책이 한계점을 드러낸 것이다. 제주는 지난해 버스 22대, 청소차 1대, 승용차 158대 등 수소차 181대를 보급했다.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한 사업은 정리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소트램이다. 위 지사는 "수소 가격이 산업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해 트램을 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소트램 사업은 중단하고 전기트램으로 전환했지만, 트램 사업 전반도 중단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잉여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위 지사는 "그린수소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어 모두 다 해소가 필요하나 기본적으로 상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잉여 전력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며 "수요반응(DR) 시스템을 통해 재생에너지 많아질 때 버려지는 전기를 수소로 전환함으로써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정책에서도 변화가 예고됐다. 제주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내에서만 소비하는 '지산지소'에 머물지 않고 해상풍력 전력을 국가 전력망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 위 지사의 생각이다.
그는 "제주는 풍속이 강하고 지속시간도 길어 해상풍력 여건이 우수하다"며 "국가계통에 접속해 제주에서 생산한 전기를 다른 지역에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이용해 제주와 서남해 해상풍력 전력을 수도권까지 보내는 방안도 제시했다. 위 지사는 "앞으로 석탄발전을 줄이고 난방 등 열에너지를 전기화하면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제주와 서남해에서 생산한 해상풍력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상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송전망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위 지사는 제주와 서남해 전력을 수도권에 연결하는 HVDC 구축비를 약 18조원으로 추산하면서도 향후 기술 발전과 전력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국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도민과 나누는 방식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발전사업자의 이익 일부를 기금으로 받아 공공사업에 사용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제주도는 주민이 펀드나 협동조합을 통해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배당받는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위 지사는 한림해상풍력을 사례로 들었다. 한림해상풍력은 지역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했고, 발생한 수익 일부를 마을 공동기금과 주민 복지에 사용하고 있다. 위 지사는 "사업 지역 주민과 어업인, 일반 도민이 이익을 공유하고 취약계층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출력제어 대책도 발전설비 확대 중심에서 전력을 저장하고 소비 시점을 바꾸는 '유연성 자원' 중심으로 전환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전기를 저장하고, 전기차·히트펌프·그린수소 생산설비의 전력 소비를 늘리는 방식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전기를 전력망에 공급하는 V2G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위 지사는 "현재 요금제는 한전 중심으로 만들어져 히트펌프나 V2G 이용자의 행동을 끌어낼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며 "㎾h당 10~20원의 차이만으로는 비싼 차량과 충전기를 연결해 전력 거래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면 요금을 큰 폭으로 낮춰주는 등 실질적인 가격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며 "히트펌프 요금제와 분산에너지 요금제를 연구해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정책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힘을 싣는다. 공장이 적은 제주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만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도민이 에너지 절약이나 친환경 교통 이용 등 기후행동을 하면 이를 탄소 크레딧으로 전환하고 거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위 지사는 "자발적 탄소시장은 국내에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도민의 기후행동을 크레딧으로 바꾸고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구체적인 방안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의 중이며 조만간 관련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 유치 대상으로는 전력망의 주파수 안정화와 에너지 관리 기술을 보유한 기후테크 기업을 꼽았다. 태양광·해상풍력·배터리를 연결하더라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발전량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관련 기업이 기술을 시험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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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지사는 "제주는 전기차 비중이 약 13%에 이르고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민국이 10년 뒤 마주할 에너지 문제를 먼저 실험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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