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2025년 1051만명→2030년 1298만명
자산관리 넘어 요양·주거·건강까지…금융지주 시니어 사업 경쟁
보험·상속·돌봄 한곳서 상담…"아프기 전에 받아야"

편집자주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금융회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은퇴 전까지 자산을 불리고 위험에 대비하는 데 머물렀던 금융은 이제 노후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할지, 건강과 돌봄은 어떻게 준비할지까지 고객의 삶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과 요양을 연결하는 시도가 본격화됐고, 해외 금융회사들은 건강·의료·생활지원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직접 돌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 사업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3회에 걸쳐 한국·싱가포르·일본 금융회사의 시니어 전략을 살펴보고 금융과 돌봄의 결합이 어디까지 왔는지, 한국 금융권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65세 이상 1000만명 시대…시니어 사업 뛰어드는 금융지주들

금융권의 시니어 사업이 과거 은퇴자산 설계나 연금 상품 등 금융 서비스에 머물렀던 데서 벗어나 종합 서비스로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과 의료·요양·주거·일상 등 비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생태계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서 시니어 고객의 자산 규모와 건강 상태, 소득 활동 여부에 따른 맞춤형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주요 금융지주들도 다양한 시니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2025년 1051만명에서 2030년에는 1298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주력 소비층과 자산가층에서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고령층이 보유한 순자산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가구 순자산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자산은 2012년 1027조원에서 2022년 2871조원으로 불어났으며, 전체 가구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에 달했다. 2030년이 되면 고령층의 보유 자산은 6433조원으로 늘어 전체 가구 순자산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의 등장은 단순한 예금과 자산관리를 넘어 시니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자산 확대 등에 따라 국내 시니어 시장이 2030년 215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돌봄에 초점을 맞춘 시니어케어 시장도 빠른 성장세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케어 시장은 2018년 8조원에서 2022년 14조5000억원으로 성장해 연평균 15.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시니어 시장의 성장은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시니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사업은 고객과의 강한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하고 대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영역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지닌 역량을 발휘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KB금융은 2012년 시니어 특화 브랜드인 'KB골든라이프'를 선보인 후 요양사업을 새로운 '사업축'으로 삼고 돌봄에서 금융까지 시니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KB금융 계열사인 KB라이프는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서초·위례·은평·광교·강동 등 서울 및 수도권에서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북위례 빌리지 신축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KB라이프 역삼센터를 개소해 보험 상담과 은퇴 후 자산관리, 요양·돌봄 상담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의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중심으로 요양·시니어 주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라이프케어는 지난 7일 일본 건축설계기업 니켄세케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운영할 시니어 주거시설의 공간 설계와 운영 모델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입주자 중심 설계,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 유니버설 디자인 등을 접목해 시니어의 일상을 지원한다. 특히 일본의 선진 시니어 시설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외 신규 시설 개발 기회도 함께 발굴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역시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앞세워 금융과 요양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하나생명의 자회사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는 경기 고양시 지축동에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2027년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자산관리, 상속·증여, 신탁, 연금과 함께 시니어 주거 상담까지 제공하는 '하나더넥스트 라운지'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니어 특화 브랜드 '우리 원더라이프'를 중심으로 자산관리·세무·부동산·신탁·연금 등 금융 서비스와 건강·여가·일자리 등 비금융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편입 이후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보험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은퇴설계 상담 등 계열사 간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시니어 특화 브랜드 'NH올원더풀'을 통해 부동산증여신탁과 금전유언신탁, 치매·요양·간병 및 연금보험, 헬스케어 등 시니어 대상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 안 아파도 됩니다"…금융센터에서 요양시설까지 미리 체험

금융과 돌봄의 결합은 이미 일선 금융 현장에서 구체적인 서비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요양뿐 아니라 보험계약을 비롯해 자금·상속·증여 상담 모두 무료로 해드립니다. 지금 안 아파도 됩니다. 아프기 전에 받아 보세요."


지난 11일 아시아경제가 찾은 서울 강남구 KB라이프타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일반적인 금융사 영업점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요양시설의 침대와 화장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부터 보험·자산관리·요양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까지 한 건물에 마련돼 있었다.


보험·자산관리 전문가와 간호사 출신 케어컨설턴트, 세무사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상주하며 시니어 고객 상담을 맡는다. 보험상품을 점검하는 금융 상담과 요양·돌봄 상담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요양 상담 고객의 약 90%는 평소 건강관리 차원에서 센터를 찾고, 나머지 10%가량은 은행 등 WM(자산관리) 고객으로 요양시설인 '빌리지' 입소 조건 등을 문의한다"고 말했다. 당장 요양이 필요한 고객보다 향후 부모나 본인의 돌봄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센터를 찾는 고객이 더 많다는 것이다.


센터 6층에는 KB라이프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에이지테크랩'이 마련돼 있다. 전동휠체어 체험존과 시니어 테크기기 체험존, 빌리지 유닛 침실·거실, 콘퍼런스존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빌리지 유닛은 실제 요양시설의 1인실을 모델하우스 형태로 재현했다. 화장실에는 고령자의 낙상 등 이상 상황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재실 알람 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뒤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으면 알람이 울려 위험 상황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시니어 테크기기 체험존에서는 자동 대소변 처리기기 '큐라코(Curaco)', 스마트 낙상보호 에어백 벨트 '레디(Redy)', 스마트 기저귀 '하이제라(Hygera)' 등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고객은 이곳에서 침대에서 화장실로 이동하거나 대소변 관리를 받는 과정 등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본인이 아직 거동에 불편이 없더라도 부모나 가족을 위해 대신 시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이주현 KB라이프 역삼센터 케어컨설턴트는 "환자가 직접 센터 정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가입자가 대신 에이지테크랩을 체험하고 환자의 거주지와 가까운 빌리지로 입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KB라이프 보험 가입자는 물론 타사 고객을 포함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은 5층에서 보험·자산관리 상담을 받은 뒤 6층에서 요양시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금융·요양 상담부터 시설 체험까지 한 공간에서 가능하다는 점이 기존 은행 영업점이나 복지시설과 다른 부분이다.


보험·상속·증여부터 부모 요양까지…"생애 컨시어지"로 확장


11일 아시아경제가 찾은  서울 강남구 KB라이프 역삼센터에서 직원이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문채석 기자

11일 아시아경제가 찾은 서울 강남구 KB라이프 역삼센터에서 직원이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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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문가들은 고객의 건강이 악화되기 전부터 건강과 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생애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가 금융 현장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금융회사의 고객 관리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보유 자산을 어떻게 불릴 것인지뿐 아니라 은퇴 이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곳에서 거주하며, 언제 돌봄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윤진 KB라이프 WM기획부 책임매니저는 "보험 가입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다"며 "특히 가입자 본인보다는 부모나 가족의 빌리지 입소, 보험·상속·증여 상담을 받으러 센터를 찾는 고객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 법령 등에 따라 특정 상품 추천이나 의료 진단은 어렵지만 가입된 상품 보장 중 과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집중 상담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담 범위도 보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후 생활비와 상속·증여, 보유 부동산 관리부터 향후 요양시설 입소까지 시니어 고객이 노후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한자리에서 다룬다.


KB라이프 역삼센터를 총괄하는 김효동 KB라이프 신사업추진본부장(전무)은 그룹 차원에서 금융과 요양을 결합한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길어진 금융'에서 찾았다. 김 전무는 "과거 평균수명이 짧을 때는 60세까지만 고객을 관리하면 됐지만 이젠 최소 80세까지는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금융권에서 나온다"며 "자산을 쌓기만 하는 금융이 아니라 현명하게 잘 쓰는 금융을 실현해야 살아남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KB라이프 역삼센터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 은행·보험·증권과 요양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김 전무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사업 초기 설계 과정에서 시니어 요양 상담을 오프라인 금융채널과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행장은 시니어 요양상담 사업이 좀 더 존중받아야 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보험사)가 고객에게 먼저 상담해주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은행·증권이 있는 곳에 우리가 들어가자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쌓기만 하는 금융으론 안 돼"…노후 자산 '잘 쓰게 하는 금융'으로

김 전무는 금융사의 역할이 자산 '축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건강이 악화되기 전부터 금융상품과 보험 보장, 자산, 건강, 거주지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은퇴 이후에도 부동산 비중이 높은 국내 고령층의 자산구조를 고려하면 주거와 금융을 함께 설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예컨대 고령층이 부동산만 보유하다 사망하면 생전에 '하우스푸어'로 고통받을 뿐 아니라 자녀 증여 과정에서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면서 "고객이 축적한 자산을 신속히 금융자산화하려면 금융사가 노후 주택 거주 및 돌봄 설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사업 확대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토지 확보와 인허가다. 요양시설을 지으려면 적지 않은 부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땅값이 높은 데다 관련 인허가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토지비용이 요양시설 사업비의 30%가량을 차지한다"며 "이 비용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따라 자본의 효율성이 달라지는 만큼 주요 금융그룹의 입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시설을 외곽 지역에만 지을 경우 대형 병원과 생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프리미엄 금융·요양 복합 서비스'라는 사업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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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는 향후 역삼센터와 같은 금융·요양 컨시어지 지점을 확대하는 한편 요양보호사 양성과 'KB골든라이프 온' 플랫폼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 전무는 "KB라이프의 중장기적 미션은 역삼센터 같은 그룹의 금융·요양 컨시어지 지점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노후의 '돈'뿐 아니라 '삶'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자산을 얼마나 불렸는지가 금융의 성과를 가르는 시대에서, 축적한 자산을 고객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는 데 얼마나 잘 쓸 수 있도록 돕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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