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발전사 어디로]
자산 67조·설비 53GW 초대형 발전사 탄생
5개 법인 통합해도 한전 지분 100% 소유구조 유지
발전5사 자회사 130여개는 통합 대상서 제외
5사장·5감사 체제→1사장·1감사로 경영조직 슬림화

나주 한전 본사 전경

나주 한전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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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5년 만에 발전공기업 5사를 다시 하나로 합치지만 한국전력을 정점으로 한 발전산업의 소유구조는 그대로 유지한다. 내년 10월 출범하는 '㈜한국발전'은 정부가 직접 소유하는 별도 공사가 아니라 한전이 지분 100%를 갖는 발전자회사로 만들어진다. 약 53GW의 발전설비와 67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한 회사에 모으는 대형 통합이지만 한전과 발전사 간 관계까지 다시 짜는 전력산업 지배구조 개편과는 선을 그은 셈이다. 통합 이후 재생에너지 투자와 석탄발전 전환 등 커지는 역할을 뒷받침할 재정 확충 방안은 향후 특별법 제정과 통합 과정에서 함께 다뤄질 전망이다.


53GW 거대 발전사 탄생…그래도 주인은 한전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발전5사 통합은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의 법인과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수평통합' 방식으로 추진된다. 현재 한전이 발전5사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통합 이후에도 한전이 한국발전 지분 전량을 보유한다. 한전에서 발전부문을 떼어내거나 정부가 직접 소유하는 새로운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대신 한전 아래 5개로 나뉜 발전회사를 하나로 묶는 방식이다.

이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25년간 이어진 기본적인 소유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당시 한전의 발전부문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6개 회사로 분리됐다. 발전회사 간 경쟁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발전부문의 구조개편을 추진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발전회사 민영화 계획은 중단됐지만 '한전·6개 발전자회사'라는 틀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이번 통합으로 이 가운데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성장한 발전5사가 다시 하나의 회사로 돌아간다. 통합법인의 발전설비는 약 53GW로 중국을 포함하면 세계 14위,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8위권 규모다. 2025년 결산 기준 발전5사의 자산은 66조9989억원, 부채는 37조2416억원, 자본은 29조7573억원이다.

내년 10월 출범 '한국발전'…공사 아닌 한전 자회사로 통합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67조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거대 발전회사가 탄생하더라도 재무적으로는 한전의 연결 범위 안에 남는다. 한국발전의 자산과 부채, 경영실적이 한전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고 한전이 단일 주주로서 발전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다.

한국발전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지는 만큼 재정 여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통합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정부는 발전5사가 각각 수행하던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합법인 차원에서 확대하고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기능도 한국발전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와 발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국발전 출범에 맞춰 필요한 재정지원 방안을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통합 자체가 곧바로 정부의 직접 출자나 한전의 추가 출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발전5사가 가진 자산과 부채를 통합법인이 승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향후 사업계획과 재무여건을 토대로 필요한 지원 방식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34개 자회사는 그대로

통합 범위도 발전산업 전체가 아닌 발전5사 본체에 맞춰져 있다. 한전은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기술·한전KPS 등 상장사를 비롯해 한수원·발전5사 등 다수의 비상장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발전5사 역시 사업 확대 과정에서 국내외에 각각 상당수의 자회사를 만들었다.


발전사별 자회사는 남동발전 18개, 중부발전 42개, 서부발전 17개, 남부발전 32개, 동서발전 27개 등 모두 134개다. 해외 발전·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설립한 현지법인부터 경비·청소 등 발전소 운영을 지원하는 자회사까지 형태와 기능도 다양하다.


정부는 이번 통합에서 이들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합치지는 않는다. 우선 5개 모회사를 한국발전으로 통합하고 그 아래 자회사들은 별도 법인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발전5사 본체만 해도 회사별로 다른 인사·재무·회계·계약 체계와 운영 시스템을 하나로 맞춰야 하는 만큼 1차 통합의 범위를 모회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도 통합 작업이 간단치 않다. 현재 발전5사가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만 575개에 달한다. 20년 넘게 각 회사가 별도로 구축한 인사·회계·계약·발전운영 시스템을 하나의 회사 체계로 연결해야 하고 국내외 사업의 관리 주체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양수발전 사업은 통합 이후에도 한수원과 한국발전으로 나뉜다. 현재 한수원은 청평·삼랑진·무주·양양·예천·청송·산청 등 7개 양수발전소에서 16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설비용량은 약 4700MW다. 영동·홍천·포천·합천·영양 등 5곳에서는 총 3700M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5사 가운데 중부발전은 구례·봉화, 남동발전은 금산, 동서발전은 곡성 등 총 4곳에서 2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 사업을 확보하고 있다.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역할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급증하는 시간대에 남는 전력으로 물을 끌어올린 뒤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 다시 발전할 수 있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기후부 업무보고에서 양수발전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양수발전 확대 과정에서 한수원과 한국발전 간 역할 분담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전력공기업 재편의 후속 과제가 될 수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에서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 조합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2026.9.4 김현민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에서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 조합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2026.9.4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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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5명→1명…본사 조직도 한곳으로

발전5사 통합으로 가장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곳은 경영진과 본사 조직이다. 현재 발전5사는 각각 사장과 감사, 2명의 상임이사를 두고 있다. 한국발전 출범 이후에는 1사장·1감사·4상임이사 체제로 단순화된다.


회사별로 중복된 기획·재무·인사 등 본사 기능도 하나로 합친다. 통합본사는 재생에너지·정의로운전환·안전기술·기획관리 등 4개 본부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개별 발전사가 따로 추진하던 재생에너지 사업과 석탄발전 폐지 대응을 통합법인 차원에서 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5개 발전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약 2400명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약 1800명을 통합본사와 지역 거점 등에 배치하고 약 600명은 3~4개의 지역재생에너지본부에 배치할 계획이다. 지역재생에너지본부는 권역별 재생에너지 사업과 석탄발전 전환 등을 담당하게 된다.


반면 기존 화력발전소 현장은 당분간 현재 운영체계를 유지한다. 발전5사 법인이 하나로 합쳐지더라도 발전소 현장 조직까지 즉시 대규모로 재편할 경우 안전관리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합본사는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발전5사 본사는 남동발전이 경남 진주, 중부발전이 충남 보령, 서부발전이 충남 태안, 남부발전이 부산, 동서발전이 울산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기존 본사 건물은 대체로 500명 안팎을 수용하는 규모여서 통합본사 기능을 기존 한 곳에 그대로 넣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통합에 따른 의사결정 일원화와 부서 간 협업을 위해서도 핵심 본사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구체적인 입지는 기존 전력공기업의 지역별 배치와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 영향, 직원들의 정주·근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4 김현민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4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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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의 재통합…1년간 '한 회사 만들기'

한국발전 출범까지는 약 1년간의 실무 통합 작업이 이어진다. 정부는 이달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발전공기업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발전5사와 한전, 분야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조직·인력 배치와 운영시스템, 해외사업 등 회사 통합에 필요한 세부안을 마련한다.


법적 기반도 별도로 마련한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발전5사 통합을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특별법에는 통합법인의 설립 근거를 비롯해 발전5사가 보유한 재산과 권리·의무의 승계, 직원 고용계약 승계, 합병 절차 간소화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세 부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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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 이후에는 통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실제 합병 절차에 들어간다. 조직과 직급체계, 인사·보수제도부터 재무·회계와 계약, 전산망까지 5개 회사가 20년 넘게 따로 운영해온 체계를 하나로 맞추는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내년 9월까지 법인 설립등기와 임원 선임 등을 마치고 2027년 10월 1일 한국발전을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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