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2심 무죄…대법서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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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다른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맡겼더라도 부탁을 받은 사람 역시 스스로 처벌받을 것을 걱정해 이를 숨긴 것이라면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사기·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증거은닉교사 부분을 무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소위 '부업 알바 사기 조직'에서 범행에 쓸 계좌를 모으는 모집책이자 피해금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전달책으로 활동했다. 2025년 3월 다른 조직원과 공모해 피해자로부터 750만원을 송금받아 재이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7월29일 라오스발 항공편으로 입국하던 중 승무원으로부터 "관계기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자 하니 다른 승객들이 내릴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들었다. 체포될 것을 예감한 A씨는 옆자리에 동승한 B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며 "알아서 정리한 후 어머니에게 전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A씨는 같은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체포됐다.

B씨는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이른바 '장 대여 알바'에 지원한 인물로, 같은해 5월부터 A씨와 라오스에서 함께 지냈다. B씨는 A씨가 체포되자 A씨의 어머니에게 이를 알린 뒤 다음날 서울 중랑구에서 A씨의 외삼촌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B씨는 증거은닉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쟁점은 A씨를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형법 155조 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하거나 위조·변조한 사람을 처벌한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스스로 숨기는 행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1심은 지난해 11월20일 사기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지난 5월12일 징역 1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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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는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한 경우"라며 그것이 동시에 A씨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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