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인터뷰

국가신약개발사업 2단계 '선택과 집중'
中과 물량전 대신 차별화 영역 선점 강조

"파이프라인이 많다는 것 자체를 성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몇 개가 실제 글로벌 임상과 허가까지 갈 수 있느냐입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하 사업단) 단장은 17일 서울 마포구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신약개발 지원 정책의 방향성과 관련해 '얼마나 많이 발굴했느냐'보다 '어떻게 끝까지 개발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5년간 다양한 후보물질이 도전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는 상황에서 한국이 같은 방식의 '규모의 경쟁'에 나서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결국 '많이 발굴하는 것'에서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을 키우는 것'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4일 서울 마포구 국가신약개발재단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4일 서울 마포구 국가신약개발재단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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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 확대서 '끝까지 갈 신약'으로

국가신약개발사업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되는 범부처 연구개발(R&D) 사업이다. 전체 사업기간을 5년씩 나눠 올해부터 2030년까지 2단계 사업이 진행된다. 유효·선도물질 발굴부터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상까지 신약개발 전 주기를 지원한다. 1단계가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신약개발 저변을 넓히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2단계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파이프라인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과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별해 후속 개발과 사업화로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

[Bio Story]①박영민 단장 "파이프라인 숫자 경쟁은 한계…끝까지 갈 신약 키워야" 원본보기 아이콘

사업단은 1단계 사업을 통해 총 553개 과제를 지원했고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72건, 품목허가 2건 등의 성과를 냈다. 박 단장은 다만 이런 숫자만으로 사업의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신약개발은 과제 수행과 실제 임상·허가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있어서다. 그는 "단순한 과제 수보다 마일스톤 달성, IND 진입, 기술이전 및 파트너링 등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로 검증되는 성과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2단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렇다고 초기 연구의 문턱부터 높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평가 기준도 단순히 새로운 기술인지 여부에 머물지 않는다. 질환 생물학에 대한 근거와 타깃 검증이 충분한지, 경쟁 약물보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별성을 갖췄는지, 글로벌 임상과 허가까지 이어갈 개발 전략이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과제가 선정된 이후에도 단계별 마일스톤을 통해 경쟁력을 지속해서 점검한다. 박 단장은 "초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들어오게 문을 열어두되 개발 단계가 올라갈수록 훨씬 냉정하게 선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후기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연결할지도 2단계의 주요 과제다. 현재 사업단의 직접 지원은 임상 2상까지가 중심이다. 글로벌 임상 3상에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필요한 만큼 정부 R&D 예산만으로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 어렵다.


박 단장은 "사업단에서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임상 2상까지 지원한 유망 파이프라인이 자금 부족으로 멈추지 않고 민간 투자와 정책금융을 통해 3상과 허가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단계의 목표는 사업단이 3상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원한 좋은 파이프라인이 2상에서 끊기지 않도록 다음 자본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과 '물량전' 한계…차별화된 영역 찾아


이 같은 전략은 급변하는 글로벌 신약개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중국은 방대한 파이프라인과 자본, 임상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의 규모와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일부 항암 분야에서는 질적인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박 단장은 중국과 비교해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부분으로 신약개발의 규모와 속도를 꼽았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파이프라인 숫자로 경쟁하거나 이미 경쟁이 치열한 타깃과 모달리티를 뒤따라가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4일 서울 마포구 국가신약개발재단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4일 서울 마포구 국가신약개발재단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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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초기 연구의 저변까지 좁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토대는 유지하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기술이 유망하다는 이유만으로 ADC나 표적단백질분해(TPD),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에 뛰어드는 방식은 경계했다. 그는 "출발점은 '어떤 기술이 유망한가'가 아니라 '어떤 환자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가'여야 한다"며 "기존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 원인이 되는 생물학적 기전과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할 모달리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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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미 확보한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역량은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를 위탁생산 경쟁력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내에서 발굴한 혁신 신약의 개발과 글로벌 사업화 역량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박 단장은 제언했다. 기술수출 중심의 성장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과 개발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단장은 "국내 신약개발의 병목은 자금, 임상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가운데 어느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이들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기술을 언제까지 보유하느냐' 자체보다는 국내 기업이 필요에 따라 기술이전, 공동개발, 직접개발 등 다양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과 개발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io Story]①박영민 단장 "파이프라인 숫자 경쟁은 한계…끝까지 갈 신약 키워야" 원본보기 아이콘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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