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살해 고의 없어…평생 속죄"
80대 친할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대학생 손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5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최경서) 심리로 열린 존속살해 혐의 결심 공판에서 노모씨(24)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피고인이자 피해자의 가족인 2명을 비공개로 증인신문했다. 이날은 부검서에 대한 증거조사를 마친 뒤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에서 노씨가 만 11세부터 17세까지 울산에서 아버지와 남동생, 할머니, 피해자와 함께 생활했으며 대학 진학 후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2023년 겨울부터 서울에 있는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다고 확인했다. 노씨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가 할머니가 하려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소매를 잡아당기거나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한 차례는 할머니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소중한 가족을 잃으신 유가족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살인이 아닌 피고인의 특수한 가정환경과 오랜 갈등 끝에 벌어진 우발적인 상해치사로 판단돼야 하는 점을 부디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어릴 적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아픔을 겪은 뒤 조부모의 집에서 성장하며 조부모 사이의 오랜 갈등에 노출됐다"며 "대학 진학 이후 다시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피고인은 중간중간 피해자의 폭언과 폭행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지만 피해자의 생신을 챙겨드리고 음식과 돈까지 챙겨드리는 등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다시 다툼이 시작됐고 계속되는 욕설과 위협 속에서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그랬던 것처럼 겁을 주어 폭력을 멈추게 하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범행 당시 노씨가 피해자의 급소가 아닌 어깨 쪽을 겨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실제로 피고인이 겨냥한 곳은 급소가 아닌 어깨 쪽이었으며, 찌른 직후 곧바로 119에 신고해 대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은 한순간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매일 눈물로 반성하며 평생 이 일을 잊지 않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아들이자 피고인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역시 이 모든 비극의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를 존속상해치사로 판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하며,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면 사회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노씨도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읽으며 거듭 사과했다. 노씨는 "저 스스로 범죄를 무서워하면서 정작 제가 그렇게 된 게, 심지어 그 상대가 친할아버지인 게 너무 역겹고 고통스럽다"며 "사건이 있고 난 후 할아버지가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상상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앞으로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남한테 화내지 않고 징역을 살면서 반성하고 최대한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노씨는 지난 5월18일 오전 11시53분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한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와 말다툼하던 중 할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노씨는 범행 직후 직접 112에 신고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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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2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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