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최적값 제안하고 인간이 결정
98개 공정·노후설비에 AX 접목
2030년 연 1000억 생산성 향상 목표

지난 10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중질유분해공정(HOU) 조정실. 넓게 트인 공간에 작업복을 입은 수십 명이 줄지어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 앞에 놓인 화면만 대여섯 대. 온도와 압력, 유량 등 공장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와 그래프가 빼곡했다. 운전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수치를 살피며 공장의 운전 조건을 조정했다.

SK울산Complex 전경사진. SK

SK울산Complex 전경사진.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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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풍경과는 대조적이었다. 버스를 타고 공장 안을 이동하는 동안 사람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굵기가 제각각인 배관과 거대한 탱크, 증류탑이 차창을 가득 채웠다. 1964년 가동한 국내 최초 정유공장과 2020년 들어선 최신 설비가 한 울타리 안에 공존했다. 약 250만평, 여의도 3배 규모인 울산CLX는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한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설비를 조정실에서 제어하기 때문이다. 이제 SK이노베이션은 운전원들 곁에 또 하나의 '두뇌'를 붙이고 있다. 공정 데이터를 24시간 읽으며 사람이 놓치기 쉬운 변화를 찾아내고 최적의 운전 조건을 제시하는 인공지능(AI)이다.

SK가 이름 붙인 '듀얼 브레인(Dual Brain)'이다. '브레인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징후와 최적 운전 조건을 제시하면 현장 경험과 맥락을 가진 엔지니어가 이를 검토해 최종 판단한다.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완전자율 공장이라기보다 사람의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메우는 방식이다.


정창훈 SK에너지 제조AI추진팀장은 "브레인 AI는 24시간 쉬지 않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엔진이고, 사람은 의사결정을 한다"며 "AX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우리 업의 본질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초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정창훈 SK에너지 제조AI추진팀장이 울산CLX 내 회의실에서 기자들에게 울산CLX의 인공지능 전환(AX)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서믿음

지난 10일 정창훈 SK에너지 제조AI추진팀장이 울산CLX 내 회의실에서 기자들에게 울산CLX의 인공지능 전환(AX)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서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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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CLX가 AI를 끌어들이는 배경에는 60년간 누적된 복잡성이 있다. 정 팀장에 따르면 이곳에는 약 98개 공정이 얽혀 있고 설비 평균 연령은 약 33.6년이다. 한 공정의 운전 조건이 바뀌면 다른 공정의 생산량과 품질, 수율, 에너지 사용량까지 영향을 받는다. 베테랑들의 퇴직이 이어지면서 사람에게 축적된 운전 노하우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옮기는 것도 과제다.

AI 적용은 생산 최적화와 설비 신뢰성, 안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산 영역에서는 AI가 수많은 공정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점을 제시한다. 일부 공정에서는 운전원이 AI가 제시한 값을 보고 운전 조건을 조절하고, 자동제어시스템(APC)이 적용된 곳에서는 AI의 제안을 제어시스템과 연결한다.


에너지 효율도 주요 대상이다. 스팀·전력·수소·연료 등이 여러 공정에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사람이 CLX 전체의 최적점을 찾기 쉽지 않다. SK는 이미 스팀 네트워크에 전체 최적화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에너지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설비 관리는 고장 뒤 수리하는 방식에서 이상을 미리 감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회전기기 모니터링 시스템 'SKADI'가 진동과 온도 변화를 읽어 이상징후를 포착한다. 안전 분야에서는 폐쇄회로(CC)TV와 드론, 로봇을 활용해 사람이 직접 보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메운다.


현재 울산CLX에서는 로봇개 1대를 현장 순찰과 가스 감지 등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이동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에게 전달하는 흐름까지 연결했다. SK는 로봇개를 10대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관람객들이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2026) SK 전시관에서 제조 AX 관련 전시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

관람객들이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2026) SK 전시관에서 제조 AX 관련 전시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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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WAVE 2026' SK전시관에서 본 것은 이 공장이 가려는 미래였다. 생산최적화와 설비이상 예측, 안전 AI가 '듀얼 브레인'이라는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여 있었다. 미래 기술처럼 보였지만 정 팀장은 전시된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이미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듀얼 브레인은 아직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다. 공정별로 기술을 검증하고 효과가 확인되면 전체로 넓혀가는 단계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연간 약 1000억원의 생산성 향상과 '설비 가동정지 제로(Zero)',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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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 전 울산에서 처음 불을 밝힌 정유공장은 사람의 경험으로 성장했다. 이제 같은 공장에서 AI가 24시간 숫자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HOU 조정실의 마지막 결정은 여전히 모니터 앞 작업자의 몫이다. 60년 된 공장이 그리고 있는 다음 모습은 사람이 사라진 공장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에 AI의 눈과 계산을 더한 공장에 가까웠다.


울산=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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