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장기화에 유가 급등
인플레 우려에 금리 끌어올려
5.012%, 2023년 이후 첫 돌파
주식 등 위험자산 매력 뚝
뉴욕증시 3대지수 모두 내림세
글로벌 장기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했다. 이란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자,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5% 선을 넘어서게 됐다. 미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로 인한 국채 공급 폭증과, AI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자금 조달 경쟁이 맞물리면서 국채 시장의 매도 압력이 한층 커진 결과로 분석된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5% 넘어서
14일(현지시간)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약 4bp(1bp=0.01%포인트) 오른 5.012%까지 상승했다.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소폭 조정이 이뤄졌으나 금리는 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4.66% 안팎에서, 30년물 국채 금리는 5.37% 선에서 움직이며 미 국채 금리 전반에 상방 압력이 커졌다.
이란전쟁 장기화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이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물가가 뛰게 되면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통상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시장 금리가 상승한다.
Fed는 이달 FOMC 결과를 16일 발표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Fed가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전날 87.3%에서 이날 90.1%까지 올랐다.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의 한 트레이더가 시세판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 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이 국채 매도 자극
국제유가는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그간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하던 '동서 송유관'을 폐쇄하면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11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4% 넘게 올라 배럴당 108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Fed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가능성을 높이게 됐다. 8월 CPI는 전년 대비 3.4%,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채권 시장의 수급 불균형 심화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미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붐에 따른 대규모 채권 발행이 맞물려, 시장에는 자금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미 정부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예상한 올해 3분기 민간 대상 순시장성 차입 규모만 7390억달러에 달한다. 2007년 약 4조5000억달러였던 미 국채시장은 현재 약 32조달러로 불어났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한정된 시장 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시장에서는 기간 프리미엄(장기채 투자 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요구하는 추가 금리)이 점차 올라가게 됐다.
잭 그리피스 크레디트사이츠 투자등급·거시전략 책임자는 국채 매도세를 지속시킬 기초 여건이 형성돼 있다며 10년물 금리가 5.5%까지 오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국채는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22년 이후 처음 연간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채에 투자하면서 1년 동안 챙긴 이자 수익보다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매매 차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시험대에 선 베선트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면서 장기금리 안정에 나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재무부는 장기 국채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달 10∼30년물 바이백 한도를 종전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두 배로 확대했다. 지난주 10∼20년물 국채를 최대 60억달러 매입하는 바이백을 실시했다.
다만 시장은 바이백 규모가 국채 공급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무부도 바이백에 필요한 자금을 신규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바이백은 장기채를 사들이기 위해 단기채(T-Bills)를 발행해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국채의 전체 순발행량을 줄이지 못한다. 만기 구조(듀레이션)만 바꾸는 조치로 장기금리를 짓누르기에는 역부족이다.
10년물 금리는 세계 각국의 국채와 회사채는 물론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이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무위험 자산인 미국 국채에서 연 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의 상대적인 매력도 떨어진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내림세로 마감했다. 특히 이날 AI 관련 반도체 주들이 크게 하락했다. 높은 성장 기대를 반영해 주가가 형성된 기술주는 장기금리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발생할 기업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고 채권의 상대적 매력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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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크로너트 씨티 미국 주식전략가는 10년물 금리 5%를 시장의 '마지노선'으로 표현하며 증시에 단기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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