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K콘텐츠 화두는 "책임감"
BCWW 콘퍼런스서 배우·제작자 병행 비전 제시
"위기 맞은 K콘텐츠, IP 보호와 상생으로 돌파해야"
"오늘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책임감인 것 같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콘퍼런스 스페셜 세션 '컷(CUT) 너머의 세계'에서 배우 김남길이 스스로 짚은 말이다. 20년 연기 인생과 제작자 병행, 문화유산 보호 활동까지 이 한 단어가 관통했다.
배우 김남길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콘퍼런스 스페셜 세션 '컷(CUT) 너머의 세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첫 줄기는 연기였다. 김남길은 보편성을 먼저 언급했다. "캐릭터의 매력보다 인종과 문화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계가 허물어진 시장에선 보편성이 곧 완성도의 기준"이라며 "문화를 전달한다는 책임감으로 연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인 만큼 그 무게를 감당하겠다는 의지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부담으로 기억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 세월만큼 쌓인 책임감이 캐릭터 표현에 그대로 묻어난다고 봤다. 예전에는 크게 느껴졌던 배우와 실제 자신 사이의 간극도 시간이 흐르며 좁혀졌다고 했다. 경험이 쌓일수록 장르를 가리지 않게 된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콘텐츠 주요 소비·제작 층이 10~30세대로 젊어지고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산업이 필연적으로 속도와 상업성을 좇게 됐다. 김남길이 최근 제작 일선에 뛰어든 건 이런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시장이 상업적으로 치우칠수록, 그렇지 않은 이야기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중요해진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전파하겠다는 고민이 제작자를 병행하는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무게는 자연스레 더 커졌다. 김남길은 "어린 시절 위인전을 보며 본받고 싶은 사람을 찾았던 것처럼, 요즘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삶을 보며 배우는 어린 세대가 늘었다"며 "개인의 꿈으로 출발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목도하며 기꺼이 책임감을 떠안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대중적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쓰는 고민이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다짐은 대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 2013년 설립한 비영리민간단체 '길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예술은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는 기조 아래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창작하며 공익활동을 전개한다. 김남길은 "물질적 결핍만큼 정서적 빈곤을 채우는 일도 중요하다"며 "스스로 위로받았던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 김남길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콘퍼런스 스페셜 세션 '컷(CUT) 너머의 세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원본보기 아이콘이러한 실천의 기저에는 문화의 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한다. 그는 "외교로 허물 수 없는 벽을 부수고, 화합으로 이끌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위로 역시 문화의 힘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체감함 대표적 행보가 2016년 '우리가 만드는 문화유산, 한양도성'이다. 도성의 역사와 정서를 알리고자 시작한 이 캠페인의 영향으로 현재 한양도성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필수 코스로 거듭났다. 김남길은 "단순히 성곽길을 걷거나 유적을 안내하는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한국 자체가 궁금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고 역설했다.
그는 문화의 범위를 전통 유산에만 가두지 않았다. 해외에서 궁금해하는 한국인의 식습관과 생활 방식도 훌륭한 콘텐츠 소재가 된다고 판단했다. 김남길은 "편의점을 소재로 한 작품을 기획하면서, 해외 관계자들이 한국의 편의점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 일방적인 문화 수출로 변질되는 상황은 엄중히 경계했다. 그는 "우리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겠다는 핑계로 타국 문화를 함부로 소비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해외 진출의 최우선 전제는 타문화에 대한 확고한 존중"이라고 못 박았다.
글로벌 영토 확장 이면에는 혹독한 현실도 자리한다. 특히 국내 제작 환경이 산업 흐름 등의 변화로 크게 위축됐다. 김남길은 위기를 돌파할 해결책으로 자본이 아닌 지식재산권(IP) 보호를 가리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유통되는 K콘텐츠의 근간은 결국 IP지만, 자금난 속에 정당한 권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며 "IP는 창작자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지켜야 할 자산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우 김남길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콘퍼런스 스페셜 세션 '컷(CUT) 너머의 세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원본보기 아이콘IP 수호에 대한 책임감은 최근 문화계의 상생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했다. 내 작품의 성공만을 좇는 이기주의보다 공동체 의식을 더 중시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한국 문화예술 생태계 전체가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콘텐츠업을 꿈꾸는 후배들의 열정이 꺾이지 않도록 선배들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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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철학은 콘텐츠 생태계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향한 제언으로 직결됐다. 특히 좋은 연출의 조건으로 기술이 아닌 인성을 지목했다. 김남길은 "감독 역시 현장을 구성하는 여러 톱니바퀴 가운데 하나"라며 "상대에 대한 배려가 밑바탕이 된 지시야말로 최고의 연출"이라고 단언했다. 미디어의 본질을 짚는 대목에서도 뼈대는 같았다. 그는 "사실 이면에 담긴 진심을 얼마나 온전히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책임감을 갖고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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