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재활용으로 틈새 공략
방산·친환경 시장도 기회
가격 관건, "정부 지원 필수"

편집자주핵심광물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다. 전기차·반도체·로봇·풍력·방위산업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광물은 이제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각국은 광산 확보부터 제련·정제, 소재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며 사실상 '광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희토류 영구자석을 비롯해 리튬·니켈·흑연 등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에 맞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중국 밖 생산기지와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해외 자원 확보를 넘어 제련·정제와 소재 생산, 재활용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생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시아경제는 5편에 걸쳐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과 국내 기업의 대응, 자원 빈국 한국의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면 완전한 대체보다 공급 충격을 견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중국산 원료의 분리·정제와 폐제품 재활용에 집중하고, 공급 안정성이 중요한 방산·첨단산업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초기 생산비 지원과 기업 재고·공공 비축 확대도 필요하다.


대규모 희토류 광산이 없는 한국은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소재·화학·금속가공·정밀 제조 등 후공정 기반을 활용해야 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1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수급 불안, 가격 불안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우리 기업의 진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중국산 가공·재활용으로 공급망 다변화

챗GPT가 구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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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우선 파고들 수 있는 분야는 비중국산 원료를 활용한 가공과 재활용이다. 해외 광산에서 확보한 원료를 분리·정제하거나 사용이 끝난 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원료와 수요처, 실증 기술, 안정적인 가격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다. 장 원장은 "우리 기업이 비중국산 원료와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중국의 가격 인하에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안정적인 양산 능력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 관련 기술은 있지만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실제 생산으로 연결할 실증·사업화 기반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김홍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은 "예전부터 관련 기술은 갖고 있었지만 실증화 기술이 부족했다"며 "결국 원료와 사업화 기술을 확보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이 유지된다면 사업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은 대규모 광산이 없는 한국의 원료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분야다. 다만 폐희토자석이 전기차와 풍력터빈, 전자제품 등에 흩어져 있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회수 비용도 높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전 생애주기를 평가하면 재활용의 환경적·경제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재활용 업체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산·친환경 시장서 '공급 안정성'으로 승부


희토류 탈중국, 틈새공략하는 한국…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광물산업전쟁]③ 원본보기 아이콘

중국과 같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가격보다 안정적인 조달이 중요한 방산·첨단산업 시장을 공략하고 친환경·고효율 공정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국의 탈중국 규제로 비중국 공급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기회다.


김 본부장은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정제하는 방식이 우리가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LS전선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나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주요국의 규제 강화로 글로벌 완성차나 첨단 테크 기업들은 탈중국 밸류체인을 구축한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공급 안정성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비축으로 공급망 충격 대비

희토류 탈중국, 틈새공략하는 한국…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광물산업전쟁]③ 원본보기 아이콘

비중국 희토류 공급망은 민간 투자만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가 금융·설비·가격 지원을 통해 초기 생산을 뒷받침하고 장기 구매계약 등 안정적인 수요처를 연결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업 재고와 정부 비축을 확대해 단기 수급 충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희토류 17종을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을 675억원으로 확대했다. 국내 생산시설 투자와 재자원화, R&D 펀드 조성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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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중국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며 "현재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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