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넘어 희토류 공급망 구축
전기차·로봇 등 미래산업 필수
수요 늘고 中 공급 위험 확대
채굴부터 가공까지 공급망 확보 경쟁

편집자주핵심광물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다. 전기차·반도체·로봇·풍력·방위산업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광물은 이제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각국은 광산 확보부터 제련·정제, 소재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며 사실상 '광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희토류 영구자석을 비롯해 리튬·니켈·흑연 등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에 맞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중국 밖 생산기지와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해외 자원 확보를 넘어 제련·정제와 소재 생산, 재활용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생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시아경제는 5편에 걸쳐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과 국내 기업의 대응, 자원 빈국 한국의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국내에서도 비중국 희토류 영구자석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LS전선은 베트남에서 희토류 금속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영구자석을 만드는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원료 확보와 자석 생산을 확대하고, 고려아연은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활용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비중국산 영구자석을 전기차 구동모터에 적용할 핵심 수요처로 공급망 다변화를 뒷받침한다.


국내 기업들이 희토류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요 확대와 공급 중단 위험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전기차·로봇·풍력·방산이 성장하면서 영구자석 수요는 늘지만,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면 국내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비중국 공급망에 정책 지원을 집중하면서 새로운 시장도 열렸다. 원료 확보와 금속화, 자석 제조, 수요처, 재활용을 국내 기업끼리 연결하면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고부가가치 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

케이블 회사 LS전선, 왜 희토류 자석에 뛰어드나…밸류체인 확보 경쟁[광물산업전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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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커지고 중국발 공급 위험도 확대

케이블 회사 LS전선, 왜 희토류 자석에 뛰어드나…밸류체인 확보 경쟁[광물산업전쟁]① 원본보기 아이콘

희토류는 스칸듐과 이트륨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이 가운데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등은 강한 자력을 내는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적은 전력으로 높은 출력을 내는 모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전기차 구동모터와 풍력발전기뿐 아니라 여러 관절을 움직여야 하는 로봇과 각종 방산 장비에도 들어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자석용 희토류 수요는 2015년 이후 두 배로 늘었으며, 2030년까지 다시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수요는 빠르게 늘지만 희토류 공급망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 광산을 확보하더라도 광석을 산화물로 분리·정제하고 금속과 합금으로 만든 뒤 영구자석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국은 채굴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과 자석 제조까지 공급망 전반을 장악했다. 중국 밖에서 광산만 확보해서는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기업들이 밸류체인 전체를 확보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급 차질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현지 수요를 선점할 수 있다. 원료 판매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와 완제품 사업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완성차와 방산 등 고객사들이 공급망 추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면서 원료 조달부터 재활용까지 관리하는 능력도 수주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LS, 베트남 금속화·미국 자석 생산 연결


챗GPT가 구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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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은 원료 확보부터 금속화와 자석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핵심 역할은 베트남 생산거점을 보유한 LS에코에너지가 맡는다. LS에코에너지는 연내 양산을 목표로 베트남 공장에 희토류 금속화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금속화는 희토류 산화물을 자석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금속으로 바꾸는 공정이다.


LS에코에너지는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와 협력해 비중국산 희토류 산화물을 확보할 계획이다. 연내 희토류 금속 생산을 시작하고 향후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등 영구자석용 금속으로 생산 범위를 넓힌다.


다음 단계는 영구자석 생산이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를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후보지로 선정하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영구자석 생산시설 건설도 검토 대상이다.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베트남에서 희토류 금속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석을 만드는 비중국 공급망이 갖춰진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노렸다. 전기차와 로봇의 구동모터에는 영구자석과 권선, 모터코어 등이 필요하다. LS전선은 구리 소재와 권선 사업 기반을 갖췄다. 희토류 자석을 추가하면 모터 핵심 소재·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원재료 조달부터 최종 제품, 나아가 재활용까지 연결된 '원스톱 공급 역량'을 갖춰야만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들의 까다로운 기술과 ESG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며 "밸류체인 확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승부수"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북미 생산, 고려아연은 재활용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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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은 해외 원료를 확보해 가공과 소재 생산으로 연결해온 '프로세스 산업' 역량을 희토류에 적용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말레이시아와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서 원료 공급망을 확보한 뒤 북미에 영구자석 생산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희토류 생산 규모를 2028년 4800t에서 2030년 이후 87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제련 기술을 활용해 희토류 재활용 시장을 공략한다. 폐모터에서 나온 폐희토자석에서 희토류 혼합물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지난 1월 미국 알타리소스테크놀로지와 협력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폐자석에서 혼합물을 회수하고 알타의 분리·정제 기술을 결합해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하는 구조다.


재활용은 광산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폐전기차와 폐모터 배출이 늘어날수록 원료 확보 여건도 좋아진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필수"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협회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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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중국 희토류 공급망은 시장 형성 초기 단계다. 해외 원료 확보와 재활용 사업은 시작됐지만 희토류 분리·정제와 금속화, 고성능 자석의 대량생산 기반은 부족하다.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을 견디면서 안정적인 원료와 장기 고객도 확보해야 한다. 각국이 희토류를 서로 내주지 않으려는 전략 무기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국내 공급망 구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국내 기업의 희토류 진출은 끊어진 공급망의 고리를 잇고 '광물 산업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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