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 TD 매출 17.8% 증가, 랄프로렌 27%↑
헤지스·라코스테·빈폴도 두 자릿수 성장
명품·SPA로 양극화된 시장서 헤리티지로 2030 공략

'아저씨 옷'으로 불리던 트래디셔널 캐주얼(TD) 브랜드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 자릿수에 머물던 매출 증가율이 올해 20% 가까이 뛰었다. 특히 미국브랜드 랄프로렌이 30%에 근접한 성장률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명품과 제조·직매형 의류(SPA)로 양극화된 패션 시장에서 유행을 덜 타는 디자인과 오랜 브랜드 역사가 다시 경쟁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폴로 랄프 로렌 의상을 입은 그룹 에스파 윈터. 윈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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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의 TD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7.8% 증가했다. 2024년 2.1%, 지난해 5.1%에 그쳤던 증가율이 올해 두 자릿수로 뛰었다. TD는 셔츠와 재킷, 면바지, 피케 셔츠, 니트처럼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의류를 말한다. 랄프로렌·빈폴·헤지스·라코스테가 대표 브랜드다.

랄프로렌, 경쟁 브랜드의 두 배 성장

랄프로렌은 이 시장의 절대강자다. 올해 1~8월 백화점 3사의 랄프로렌 매출은 평균 27% 증가했다. 헤지스(14%), 라코스테(12%), 빈폴(11%)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성장률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 랄프로렌 매장.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 랄프로렌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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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로렌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6122억원으로 전년(5337억원)보다 14.7% 늘었다. 국내 주요 TD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다. 업계가 추정한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이 약 6000억원, LF의 헤지스가 약 5000억원이다. 라코스테의 국내 사업을 운영하는 동일라코스테의 매출은 3110억원이었다.


1967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랄프로렌은 승마와 폴로 등 미국 상류층의 생활양식을 옷과 광고에 담아 '아메리칸 클래식'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에는 1982년 들어왔다. 1990년대에는 수입 패션을 즐기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우리 아빠가 입던 건데"…요즘 MZ 푹 빠지더니, 매출 '껑충' 오른 랄프로렌·빈폴·헤지스 원본보기 아이콘

TD 브랜드의 인기는 2010년대 들어 시들해졌다. 저렴하고 유행에 민감한 SPA 브랜드가 일상복 시장을 넓혔고, 소비 여력이 있는 고객은 명품과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이동했다. 스트리트 패션과 애슬레저가 유행하면서 셔츠와 면바지 중심의 단정한 옷차림도 낡고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력 고객층까지 브랜드와 함께 나이 들면서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는 'X세대 브랜드' '아저씨 옷'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랄프로렌은 유통과 가격 전략을 바꿨다. 2020년을 전후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소비자의 미국 공식 홈페이지 결제를 제한하고 국내 공식 유통망을 강화했다. 할인 판매를 줄이고 정가 판매 비중을 높이는 한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한때 낡아 보였던 이미지도 자산으로 바뀌었다. 20·30대가 랄프로렌 니트와 피케 셔츠를 넓은 바지, 운동화와 함께 입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 세대의 옷차림을 그대로 따라 하는 대신 오래된 디자인을 자기 방식으로 다시 조합한다.


1989년 출시된 토종브랜드 빈폴은 자전거를 탄 신사 로고와 영국풍 디자인을 앞세워 1990년대 랄프로렌과 경쟁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는 광고가 인기를 끌며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출시 첫해 6억원이던 매출은 한때 7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에센셜리즘(본질주의)'을 내걸고 기본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클래식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다듬어 카디건과 쿼터 집업, 셔츠 등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과거 디자인을 버리는 대신 소재와 색상, 착용 방식을 젊은 층에 맞게 바꾼 것이다.


헤지스는 2000년 LF의 전신인 LG패션이 출시했다. 영국식 프레피 룩과 사냥개 로고로 2000년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공략했다. 라코스테는 프랑스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가 1933년 만든 브랜드다. 최근 테니스 인기가 높아지면서 악어 로고가 붙은 피케 셔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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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SPA 사이 빈자리 공략

TD의 부활 배경에는 패션 소비의 양극화가 있다. 소비가 고가 명품과 저렴한 SPA로 몰리면서 중간 가격대 패션 브랜드의 입지는 좁아졌다. TD는 이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명품보다는 저렴하면서 소재와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셔츠나 니트 한 벌을 사면 출근과 모임, 여행 등 여러 상황에서 입을 수 있다.


젊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역사와 스토리를 중시하는 흐름도 맞아떨어졌다. 식상해 보였던 포니와 자전거, 사냥개, 악어 로고가 20·30대에게는 오랜 역사를 지닌 '헤리티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행을 좇아 매년 옷을 바꾸기보다 검증된 디자인을 오래 입으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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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TD 매장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은 1층에 랄프로렌과 라코스테의 남녀 복합 매장을 배치했다. 타임스퀘어점도 여성 캐주얼 층에 라코스테 여성 매장을 새로 열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점으로 여겨졌던 무난함과 오래된 이미지가 이제는 좋은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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