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저농도 퀴놀린산의 '반전 효과' 규명
치매 생쥐 기억력 개선…새 치료전략 가능성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뇌 속 대사물질이 낮은 농도에서는 오히려 뇌의 '청소세포'를 활성화해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을 제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치매 생쥐에 적용하자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줄고 기억 능력도 개선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류훈 뇌질환연구단 책임연구원·이현범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이정희 미국 보스턴대 의과대학 교수팀과 공동으로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노폐물 제거 능력을 높이는 새로운 경로를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퀴놀린산이 미세아교세포의 ‘뇌 청소 기능’을 활성화하는 과정. 저농도 퀴놀린산(QA)이 인지질 합성과 GABARAP 단백질을 활성화하면 미세아교세포가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더 효과적으로 제거해 뇌 속 플라크를 줄이고 인지기능 회복을 돕는다. 연구진 제공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등 비정상 단백질이 쌓여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에는 이런 노폐물을 포획하고 제거하는 미세아교세포가 있지만 노화와 질병이 진행되면서 청소 기능도 떨어진다.
연구팀은 뇌 속 대사물질인 '퀴놀린산(Quinolinic Acid·QA)'에 주목했다. 퀴놀린산은 농도가 높아지면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낮은 농도에서는 정반대로 미세아교세포의 노폐물 제거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성물질의 '반전'…뇌 면역세포 청소능력 높여
저농도의 퀴놀린산이 미세아교세포를 자극하면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방 성분인 인지질을 만드는 경로의 핵심 효소가 활성화됐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PE 인지질'은 세포막을 유연하게 하고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GABARAP'과 결합했다. 이를 통해 미세아교세포가 뇌 속 독성 단백질을 더 효과적으로 포획하고 분해했다.
적은 양의 유해 물질이나 스트레스가 오히려 생체의 방어 능력을 높이는 이른바 '호르메시스(Hormesis)' 효과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노폐물 제거 경로를 'GAP(GABARAP-Associated Phagocytosis)'이라고 명명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확인된 미세아교세포의 변화. 사후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정상인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미세아교세포에서 노폐물 제거에 관여하는 GABARAP 단백질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의 뇌에 저농도 퀴놀린산을 국소 투여하자 수일 만에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손상됐던 신경세포 연결도 회복됐으며 단기·장기 기억 능력은 정상 생쥐 수준으로 개선됐다.
연구팀은 퀴놀린산 자체를 치매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퀴놀린산이 작동시키는 미세아교세포의 '청소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치료법 개발에 이번 연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처럼 비정상 단백질 축적이 문제가 되는 파킨슨병이나 헌팅턴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으로 연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류 책임연구원은 "치매 악화 물질로만 알려졌던 대사물질이 낮은 농도에서는 오히려 뇌 면역세포의 회복력을 높이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며 "뇌 면역세포의 대사와 청소 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치매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미세아교세포의 청소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제약·바이오 기업과 협력해 전임상 검증과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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