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 겐타 후보, 다마키 데니 꺾고 당선
전날(13일) 치러진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자민당 등 6개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가 기존의 진보 성향 현 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진보 진영의 전통적인 표밭으로 꼽히는 오키나와현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뽑힌 것은 약 12년 만이다. 이에 미군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 난세이 제도 방위력 강화 등 관련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14일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전날 투·개표가 이뤄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는 나하시 부시장 출신 고자 겐타(42) 후보가 당선됐다. 자민당 정권이 지지하는 현정이 들어서는 것은 나카이마 히로카즈 전 현지사 이후 12년 만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키나와가 1972년 미국 통치에서 일본으로 반환된 이후 태어난 인물이 현 지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에는 6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사실상 고자 후보와 3선에 도전한 다마키 데니 현 지사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고자 후보는 42만3124표를 얻어 다마키 현 지사(27만6060표)를 약 14만7000표 차로 크게 앞섰다. 투표율은 61.57%로 직전 선거보다 3.65%포인트 높았다.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당선자의 득표수가 40만표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은 미군기지 이전보다 민생과 경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세 차례 선거에서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나고시 헤노코로 이전하는 계획의 찬반이 최대 쟁점이었다. 오키나와에는 미군 전용시설의 상당 부분이 집중돼 있어 현지에서는 소음과 각종 사고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특히 기노완시에 위치한 주일미군의 후텐마 기지는 1996년 미일 양국이 반환에 합의했으나, 이전지인 헤노코 기지 건설에 오키나와현이 반대하면서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마키 지사는 후텐마 비행장을 같은 오키나와현 내 헤노코로 옮기는 것은 기지 부담을 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 불과하다며 반대해왔다. 그는 헤노코 이전 반대를 핵심 기치로 내건 지역 정치연합 '올 오키나와'의 지원을 받아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현 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기지 이전 문제보다 고물가 대응과 소득 향상 등 경제정책이 전면에 부상했다. 전날 실시된 NHK 출구조사에서 새 지사에게 가장 기대하는 정책으로 '경기·고물가 대책'을 꼽은 응답자가 49%로 가장 많았으며, 이들 가운데 약 70%가 고자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고자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1인당 현민 소득을 향후 10년 안에 두 배로 늘리고 육아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총무성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중앙정부와 협력해 지역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다마키 지사는 버스 통학비와 급식비 무상화를 비롯해, 지난 8년간의 성과를 내세웠다.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헤노코 기지 이전에 대한 현민들의 인식도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NHK 출구조사에서 헤노코 이전을 '용인한다'는 응답은 53%로 '반대한다'는 응답(47%)을 웃돌았다. 직전 선거 당시에는 반대가 57%, 용인이 43%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찬반 비율이 역전됐다.
고자 당선인은 헤노코 이전을 "후텐마 비행장의 위험성을 가장 빨리 제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용인해왔다.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며 중앙정부와 법정 다툼까지 벌인 다마키 지사와 달리 새 지사가 정부 정책에 협조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이전 공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키나와를 비롯한 난세이제도의 방위력 강화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대만 정세를 고려해 난세이제도의 방위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고자 당선인과 소통하면서 오키나와현의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정권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오키나와현 탈환을 목표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간부들은 선거 기간 오키나와를 찾아 고자 후보를 전격 지원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경제 성장을 원하는 오키나와현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선거"라며 "새로운 지사와 협력해 오키나와 경제를 강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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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는 "정부 내에선 중앙정부와 오키나와현이 보조를 맞춰 안보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민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 "지금까지는 정부와 현이 대립해왔지만, 앞으로는 긴밀히 여러 정책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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