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의도적으로 허위 판례를 인용하여 적극적으로 법원을 기망하려 한 것으로 보이고, 그 불법성이 매우 중대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원고가 법원을 기망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변론 재개 신청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문구는 서울동부지법이 2026년 6월 12일 한 민사 사건 재판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기재한 내용이다. 소송 서류에 AI가 만든 가짜 판례를 인용하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응에 나선 법원이 판결문 각주에 이같이 적은 것이다.
'확인할 수 없는 판례', '존재하지 않는 판례'라는 표현에서 더 나아가 AI가 생성한 판례라는 점을 밝힌 사례도 있다. 수원지법은 5월 28일 한 금전 사건에서 판결을 선고하며 판결문 본문과 각주에 "피고가 들고 있는 판결들은 모두 AI 이용으로 인한 허위의 판결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 사례들은 당사자가 변호사 없이 혼자 소송을 진행하는 '나홀로 소송'이었지만, 허위 판례 인용 문제는 변호사가 대리하는 사건에서도 발견된다.
특허법원은 6월 11일 A 주식회사가 다른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록무효 소송 판결문에서 "원고가 원용하는 판례들 중 상당수는 존재하지 않는 판결들로 이를 검증하지 않은 채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은 27년 차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한 사건이었다.
이 변호사는 변론 재개 신청서를 제출하며 AI가 만들어낸 허위 판례 8건을 검증하지 않은 채 제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AI를 통해 추출한 일부 판결을 검증 없이 제출한 점을 시인하고 있다"는 점도 판결문에 넣었다.
AI가 생성한 허위 판례 문제가 심각해지자 사법연수원은 9월 4일 'AI 활용 허위 법령 등 인용 대응 방안'을 주제로 법관 연수를 실시했다. 연수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서면에 인용한 40개의 판례 중 39개가 허위 판례였던 사례가 공유되기도 했다.
이렇게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소송 당사자들이 AI가 생성한 허위 판례를 사실이라고 믿고 판사의 판단을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판결문에 허위 판례임을 밝히는 것은 AI가 생성하는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편 판사들은 소송 서류를 AI로 손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간단한 민사 소액 사건이 대표적이다.
올해 민사 소액 사건 1심 접수 건수는 1~7월 누적 기준 33만 4,674건으로,
1년 전인 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2.7%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판사는 "소액 사건은 소가가 작고 대부분 1회 변론으로 끝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변호사 없이 AI를 활용해 과거보다 더 쉽게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5년 민사 본안 사건 변호사 선임 비율은 민사 합의 사건이 약 87%, 단독 사건이 약 56%인 반면, 소액 사건은 약 2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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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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