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 41개 업체 세무조사
배달플랫폼, 소득 부당이전으로 1000억원대 탈루 혐의

국세청이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해외 지배주주에게 부당하게 이전한 배달 플랫폼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국세청은 탈루혐의 금액이 1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배달 플랫폼 1개 업체를 포함해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총 4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 필수 생활비 관련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 필수 생활비 관련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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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담합 및 독·과점 등 불공정행위를 비롯해 원가를 부풀려 최종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는 시장 교란 사업자들의 탈루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원재료비 상승 등 대외 불안 요인에 원가 절감으로 대응하기보다 오히려 물건 가격을 높이고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허위 원가 계상 등 의도적으로 이익을 축소했으며,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대상은 총 41개 업체다.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체감 물가와 밀접한 먹거리 관련 업체(38개) 외에 패션잡화 등 생활 소비재를 취급하는 플랫폼 업체(3개) 등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규모 출혈경쟁을 지속하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의 인상을 초래한 배달 플랫폼 사업자도 포함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의 일상생활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해당 사업자는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을 음식점, 슈퍼마켓 등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떠넘겨 왔다. 특히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의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전해 온 해당 플랫폼 업체는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 공제받은 혐의가 확인됐다.


참깨와 파인애플 및 우돈계육을 수입하며 할당관세 혜택 등을 받아온 업체 중 허위로 경비를 부풀리고 매출 신고를 누락한 사업자도 이번 세무 조사 대상이다. 0%의 할당관세율로 돼지고기를 수입해 온 한 업체는 매출처와의 거래 관계 중간에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끼워 넣어 유통 마진을 챙긴 후 단기간에 폐업해 할당관세 혜택을 가로챘다. 특수관계법인을 통해 근무 사실이 없는 대표자의 친척에게 수억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며 허위로 비용을 계상하기도 했다. 또 참깨 등을 수입하는 한 업체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고자 위장 업체를 설립한 후 매출액을 위장 업체에 분산해 귀속시켰고, 대표자의 배우자는 특별한 소득이 없음에도 법인자금을 유출해 복수의 아파트를 취득하는 한편,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하기도 했다.

한국서 1조원 벌고는 세금 안 낸 '배달 플랫폼'…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원본보기 아이콘

원재료 가격의 오름세에 편승해 판매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가공식품 업체·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이번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국세청은 최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소스, 만두류 제조업체의 경우 퇴직 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의 물류센터 사용료를 대신 지출해 이익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근무 중인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고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있다.


한 종합식품업체는 원재료비와 물류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대폭 인상했으나,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또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회사에 귀속돼야 할 경비를 업무와 무관하게 대신 지출하거나 국외 관계사에 거액의 금전을 지원하면서 이자를 미수취한 혐의도 국세청은 확인했다.


핵심 원부자재 공급가를 인상하며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지우는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또한 방만한 내부 경영과 고의적인 세금 탈루행태를 드러냈다. 전국적으로 약 2000개의 가맹점을 갖춘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사주의 개인적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관련 비용으로 둔갑시켰으며,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유원지 내의 알짜 직영점을 무상으로 양도한 후 재료를 저가 공급하는 등 비합리적으로 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또 다른 가맹본부는 사주가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하며 소득을 분산하고, 한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3대나 취득해 사적으로 사용했다.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협력업체로부터 감리용역 대가 및 각종 리베이트를 수취한 후 은닉하고, 가맹 희망점주가 부담한 창업 컨설팅 비용을 부당히 손금에 산입해 수입금액을 축소 신고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경쟁사 대비 우월적인 지위에서 패션 시장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한 일부 패션 플랫폼 업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월등한 플랫폼 이용률을 매개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부담을 전가하거나,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도 한 이들 업체로부터는 변칙적인 회계 처리를 통해 고의로 매출을 누락했다. 또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 및 용역비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고가 매입 등으로 원가를 부풀린 혐의도 확인됐고,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전형적인 사익편취 행위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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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물가 불안 조장 탈세자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와 물가 상승 간의 연결고리가 확인된 만큼, 국세청은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이번 탈세 혐의자 또한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며 "앞으로도 국세청은 민생회복을 위한 범부처적인 물가 안정 노력에 발맞춰 실생활 밀접 분야에서의 탈루행위를 상시로 모니터링하는 등 엄정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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