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배드민턴 전 국대 아라키아카네
선수 은퇴 후 라이브방송 전향
현역 대비 방송 수입 '80배' 뛰어
국제대회 4회 우승에 빛나는 전 일본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가 은퇴 후 라이브 방송 스트리머로 전향해 한 달 최고 1600만엔(약 1억4000만원)에 달하는 억대 수익을 올려 화제다. 그의 사연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 은퇴 이후 진로와 생계 문제에 놓인 엘리트 선수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족 반대 뚫고 스마트폰 한 대로 시작
사연의 주인공은 176㎝의 장신과 뛰어난 신체 조건으로 9등신 비율을 자랑하는 아라키 아카네(30)다.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7세에 라켓을 잡은 그는 국제무대에서 네 차례나 정상에 오른 엘리트 선수였다. 하지만 2020년 1월, 20대 중반의 나이에 미련 없이 현역 은퇴를 선포했다.
코트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현실이었다. 아라키는 "배드민턴계에서는 큰돈을 벌기 어려웠다"며 "은퇴 후 소속팀 회사에 남아 근무해도 월급은 20만엔(약 175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털어놓았다. 현역 시절에도 개인 훈련비와 셔틀콕, 라켓, 스트링 교체 비용 등 소모품을 자비로 부담해야 했던 구조 속에서 선수 생활에 관한 회의감은 점점 커졌다.
은퇴 불과 2~3개월 뒤, 아라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그는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가를 나와 도쿄 이타바시구 도부네리마의 월세 6만엔(약 52만원)짜리 작은 아파트에서 스마트폰 한 대만을 들고 1인 방송에 도전했다. 방송 전향에 대한 주변의 만류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수 시절 알고 지내던 동료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까지 전부 차단하는 단호함을 보였다.
최고 월수입 1600만엔…사기 피해·성희롱·루머 등 고난도
라이브 방송은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유료 아이템과 후원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아라키가 공개한 최고 월수입은 1600만엔으로, 현역 시절 월 20만엔과 비교하면 8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방송 초기 기획사에 가입한 그는 '양성소 비용' 명목으로 약 100만엔(약 875만원)을 지불했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방송 후원금의 70%를 기획사가 가져간 경험도 있었다.
아라키는 "평생 운동만 해서 세상 물정을 몰랐던 탓에 속아 넘어가 큰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이후에는 인터넷 방송 업계에서 접근해오는 사람들을 경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액 후원자와 관련한 경험도 있었다. 아라키에 따르면 일부 시청자는 후원을 대가로 사적인 만남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경쟁 방송인에게 거액을 후원해 그의 순위를 떨어뜨린 경우도 있었다.
달라진 외모를 둘러싼 루머도 그를 괴롭혔다. 선수 시절 대비 몸무게가 15㎏ 감소하고 스타일이 변하자 온라인상에서는 성형 의혹과 함께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인물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에 대해 아라키는 "현역 시절에는 체지방을 극도로 낮추고 체격을 키웠으나 은퇴 후 관리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라며 일각의 성형설을 일축했다.
경험 살려 은퇴선수 제 2인생 돕는다
숱한 파경과 수난을 극복하고 프로 방송인으로 우뚝 선 아라키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직접 인터넷 방송인 매니지먼트 기획사를 설립했다. 현재 기획사에는 약 10명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아라키와 같은 전직 배드민턴 선수도 포함되어 있다.
아라키의 사업 구상은 스포츠계의 고질적 문제인 은퇴 선수의 사회 진출 문제와 맞닿아 있다. 대다수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만 매달린 탓에 은퇴 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실업팀 재취업 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이번 추석 너무 짧아, 월요일도 쉬자"…28일 임시...
아라키는 "운동선수에게 두 번째 커리어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평생 경기 하나에만 몰두해 왔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전직 선수들에게 경기장 밖에도 다양한 가능성과 길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고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