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복사한 듯한 자기소개서 넘쳐나
독특한 개성으로 승부, 아이스 브레이킹 역할도
"취미는 레슬링, 특기는 자기 잘못 인정"
방송인 유병재가 과거 공개한 이력서다. 흔한 외국어 자격증이나 화려한 공모전 경력 한 줄 없었지만, 파격적인 이색 취미로 큰 화제를 모았다.
'매력적인 구직자' 만드는 이색 취미
시간이 흘러 AI 이력서에 지친 구직자들이 적어낸 솔직하고 개성 있는 취미가 채용시장에서 새로운 스펙으로 주목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이력서 하단에 독특한 특기를 적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 속에서 지원자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이색 활동이 치열한 경쟁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유명 로펌에 채용된 변호사들은 명문 로스쿨 출신과 법률 자격증 외에도 '미니어처 닥스훈트 훈련하기', '새집 직접 짓기', '레스토랑 수준의 스크램블 에그 만들기' 같은 이색적인 항목을 기재해 최종 합격했다.
AI 시대, 인사 담당자가 '인간미'에 열광하는 이유
채용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생성형 AI 확산과 직결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누구나 AI를 이용해 매끄럽고 완벽한 문장으로 이력서를 공장처럼 찍어내다 보니, 서류를 검토하는 인사담당자들은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문구에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법률 채용 에이전시 관계자는 "이러한 세부 사항은 채용 담당자에게 '마감에 쫓기는 새벽 3시에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호감을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2026년 8월 1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준비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면접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는 아이스브레이킹 역할도 해낸다. 특히 비슷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들이 몰리는 치열한 직군일수록 이러한 미세한 차이가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턱대고 적으면 역효과…직군별로 접근해야
다만 아무 취미나 무분별하게 적어 넣는다고 매력적인 이력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맛집 탐방', '헬스', '음악감상', '독서'처럼 누구나 나열할 법한 문구는 피해야 한다.
취미가 길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취미는 이력서 마지막에 딱 한줄로 간결하게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끈기나 협동심 등 직장 생활에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암시하는 내용이어야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직군별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투자은행 아카데미 회장을 지낸 잭 콜브(24)는 "투자 은행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지원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은 유쾌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력서에 '익스트림 스키', '치폴레 먹기' 등을 적어냈고, 다른 합격자들 또한 '빨간 머리로 염색하기',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출전 경험' 등을 적어내 모두 합격했다. 이에 채용 담당자들은 "곧바로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뚜렷한 관심사를 적어야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면접에서 '검증' 가능한 취미·특기 기재해야
한편 국내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 8일 잡플래닛 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6년까지 6년간 삼성전자 이력서에 적어낸 취미와 특기, 존경하는 인물을 면접에서 되물어봤다는 사례는 총 332건에 달했다. 그 중 합격자는 139건으로, 약 42%가 합격했다.
잡플래닛 측은 "면접에서는 이력서에 적어낸 취미와 특기를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가령 외향적인 취미를 작성한 지원자의 경우, 꼬리질문을 통해 구직자가 실제로 외향적인지 답변의 일관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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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각에서는 "취업 준비도 벅찬데 이젠 자소서용 취미 학원까지 수십만원씩 들여 다녀야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취미와 특기를 '서술'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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