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최대 545억달러…가스관에만 169억달러 추산
알래스카주 세제지원 의회서 난항
외부 자금조달도 과제

한미 간 대미투자 협상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면서 대미투자 후보로 다시 부상했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대규모 세제지원과 자금조달 문제 등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가 대미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할 수 있을지가 최종 투자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대미투자 협상과 관련해 "많은 이슈에서 합의에 근접했다"면서도 "몇 가지 이슈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주 초 미국 측과 추가 화상협의를 진행하고 이번 주 안에 협상을 최종 타결·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장관은 대미 전략투자 총액 2000억달러와 연간 송금액 200억달러의 한도를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면서 관심은 2000억달러 투자 재원 분배로 옮겨가고 있다.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미국 내 대형 원전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알래스카 LNG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특히 알래스카 LNG는 현지에서도 사업 추진을 위한 세제지원과 자금조달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대미투자와 직접 연결돼 거론되는 것은 글렌파른그룹의 사업이다.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에 달하는 가스관을 통해 남부 케나이반도 니키스키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미투자 후보 알래스카 LNG…美 현지서도 사업성 '글쎄'
AD
원본보기 아이콘

글렌파른은 사업을 두 단계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노스슬로프에서 알래스카 내 수요처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관을 건설하고, 2단계에서는 니키스키에 LNG 액화시설과 관련 인프라를 추가해 연간 2000만t 규모의 LNG 수출 능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글렌파른이 사업 지분 75%를 보유하고 알래스카주 산하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가 나머지 25%를 갖고 있다.

사업비는 당초 알려졌던 440억달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글렌파른이 지난 6월 알래스카주 상원 재정위원회에 공개한 추산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는 445억~545억달러다. 이 가운데 가스관 건설에만 132억~169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최대 사업비 545억달러는 원화로 7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외신과 현지 매체는 알래스카에서 추진되는 LNG 사업 규모가 최대 8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사업 추진을 뒷받침할 알래스카주의 핵심 세제지원 방안이 주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알래스카주에서는 올해 LNG 가스관의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놓고 진통이 이어졌다. 현지에서는 사업 지원을 위해 향후 수십 년간 최대 160억달러 규모의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글렌파른 측은 안정적인 세제 구조가 금융기관 대출과 외부 투자자 유치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현행 재산세 대신 가스 운송량 등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도 추진했지만 주 의회의 이견을 넘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알래스카주 의회가 핵심 세제 인센티브를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사업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한국 정부도 알래스카 LNG의 경제성을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알래스카 LNG를 '하이 리스크 사업'으로 평가한 바 있다. 장거리 가스관과 LNG 액화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데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만큼 LNG 판매를 통해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미국 측이 알래스카 LNG 참여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 정부도 이를 검토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지 않고 사업성과 투자 조건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 투자 규모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하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전략투자 재원은 총 2000억달러다. 현재 1호 투자 후보로 거론되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에는 200억달러 이상,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에는 1200억달러 안팎의 사업비가 거론된다. 알래스카 LNG까지 단순 합산하면 2000억달러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다.


물론 각 프로젝트의 전체 사업비가 곧 한국 정부의 실제 투자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민간 사업자의 투자와 금융조달이 함께 이뤄질 수 있어서다. 정부도 전략투자 MOU에 따라 실제 대미투자는 총 2000억달러를 초과하지 않고 연간 송금액 역시 200억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D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개별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투자 조건 등을 충분히 검토해 최종 투자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