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0일자 칼럼에서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지나친 정치화나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하길 기대한다'고 썼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 하다. 정부는 나라곳간 열쇠를 넘겨받자마자 30조원대 추경 편성을 시작으로 지역화폐 등 일회성 지출에 치우친 첫 예산안으로 총지출 700조원 시대를 열더니, 최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지출을 100조가량 더 늘린 820조원대 거대 예산을 짰다. 2년 연속 거침없는 지출 확대다. '나라가 공짜돈 주면 왜 안되느냐' '나랏빚 걱정은 무식한 소리'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출 철학을 유감없이 발휘한 예산안이었다.
이 정부의 커진 씀씀이는 반도체 세수 낙관에 기댄다. 정부는 내년 세수가 올해보다 170조원(40.7%) 늘어나고 이후 해마다 3%이상 증가할 걸로 봤다. 2030년까지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3%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는 3~5년 주기로 호·불황을 반복해왔고, 이에 따라 세수 역시 해매다 크게 출렁였다. 지금은 삼전닉스발 대박에 더 들어올 세수가 200조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반도체 불황으로 이들 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네하면서 세수펑크가 나라살림을 뒤흔들었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가 내후년 이후면 꺾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일시적인 슈퍼사이클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짰다. 메모리 가격(P)이나 물량(Q) 조정이 본격화하는 순간 정부의 장밋빛 계산은 산산조각날 수 있단 뜻이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일반회계 밖 별도의 기금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미래대응을 위한 '전략적 투자플랫폼'이라는 화려한 수사를 동원했지만, 정작 지출 예정사업 약 45조원의 절반가량은 이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청년정책용 현금지원이나 아동기본수당·농어촌기본소득 등 이재명표 복지사업들로 채워졌다. '30% 재량권'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굳이 별도 기금으로 사업을 분류해 예산을 편성할 명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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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의아한 대목은 기금에 남겨둘 104조+α원 여유자금이다. 내년에 106조원 빚을 더 내겠다면서, 그만한 자금을 주식 채권 등 고수익자산에 투자해 굴리겠다고 한다. 정부의 목표 수익률은 3.85% 수준이 될거라고 한다. 국고채 발행금리는 이미 4.10%선까지 올라섰다. 운용 수익률이 국고채 조달금리를 넘지 못하면 자금을 굴릴수록 나랏돈 손실만 불어난다. 조달금리 급등으로 이미 국가채무 잔액 증가 속도보다 이자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고, 올해 이자비용은 연구개발(R&D) 예산을 넘어서 국방비 예산마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고채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장밋빛 설계는 불황기로 전환되는 순간 이자 부담 폭증과 원금 손실이라는 이중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104조원 자금 운용의 진정한 목적과 책임성, 최소 수익률 확보 장치 등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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