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보다 어려운 인간형 로봇의 플러그 꽂기
피지컬 AI, 결국 '쩐의 전쟁'‥데이터 확보 경쟁
韓 세계 1강 가려면 성과에 과감한 추가 지원해야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로봇 전문기업 애지봇을 찾았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군무'였다. 휴머노이드들이 줄을 맞춰 마치 K팝 아이돌처럼 춤을 췄다. 이어 공개된 중국 로봇 체육대회 영상에서는 사람보다 높이 뛰고 더 빠르게 달리는 로봇도 등장했다. 휴머노이드의 진화 속도가 실감 났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로봇이 국민체조를 하고 있다. 이 로봇은 불과 몇달 전에는 악수를 하는 정도였지만, 연구진의 노력이 이어지며 빠르게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기계연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로봇이 국민체조를 하고 있다. 이 로봇은 불과 몇달 전에는 악수를 하는 정도였지만, 연구진의 노력이 이어지며 빠르게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기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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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로봇 데이터 학습 현장이었다.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다. 현장에는 적어도 수천 대의 로봇과 사람이 있었다. 이전에도 로봇이 실패를 거듭하며 데이터를 쌓는 장면을 봤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달랐다. 서울대 인공지능(AI) 최고경영자(CEO) 과정 연수에 함께한 CEO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군무는 쇼였고, 진짜 경쟁력은 그 뒤에서 쌓이는 데이터였다. 중국기업이 견학을 허용한 이유가 '이런 데도 따라올 수 있겠냐'라는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이제 로봇에게 춤이나 달리기는 예전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는 일이 더 어렵다. 사람에게는 너무 쉬운 동작이지만 로봇은 카메라 영상을 바탕으로 구멍의 위치를 찾고 손목 각도와 힘을 미세하게 조절해야 한다. 조금만 틀어져도 실패한다. 현장 연구자들은 화려한 군무보다 플러그 하나 꽂는 일이 더 어려운 게 피지컬 AI의 세계라고 말한다.

이 역설이 피지컬 AI 경쟁의 본질을 보여준다. 생성형 AI가 인터넷의 텍스트와 이미지로 성장했다면 피지컬 AI는 넘어지고 실패하면서 배운다. 물건을 집고 떨어뜨리고 다시 잡는 반복이 모두 학습 자산이다. 데이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로봇과 부품, 공간, 컴퓨팅 자원이 함께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기계연구원의 휴머노이드 '카이로스'를 보며 이 문제가 더 선명해졌다. 지난 4월 불안불안하게 걸어 나와 필자와 악수하던 로봇이 몇 달 만에 국민체조와 춤을 따라 했다. 연구진이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다. 로봇 연구계가 주 52시간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들은 더 큰 고민은 따로 있었다. 실탄, 즉 돈이었다. 박찬훈 기계연 글로벌톱전략연구단장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약 30억원의 추가 연구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피지컬 AI 세계 1강을 목표로 한다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30억원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피지컬 AI를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로 내걸었다. 그런데 정작 최전선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수십억 원을 걱정한다. 밤새 연구하기도 어렵고, 밤새 돌릴 로봇과 데이터를 만들 돈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중국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애지봇은 대규모 데이터 학습 현장을 만들고 있고, 유니트리는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다. 국가와 지방정부, 기업에 이어 자본시장까지 피지컬 AI 경쟁에 들어왔다. 피지컬 AI는 기술 경쟁인 동시에 '쩐의 전쟁'이다.


한국에도 승산은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 세계적 제 조현장이 있다. 이 공장을 로봇의 학교로 만들면 된다. 생산라인에서 데이터를 얻고 국산 구동기와 로봇핸드, 촉각센서를 시험하며 실패한 로봇을 다시 학습시키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정부 계획에는 데이터와 핵심부품, 실증이 모두 들어 있다. 문제는 집행이다. 부처별 사업으로 흩어지고 실증마저 제각각 이뤄져서는 속도를 낼 수 없다. 수십억 원짜리 과제를 여러 개 붙인다고 메가프로젝트가 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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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핵심부품, 실증을 하나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묶고 성과가 나는 연구에는 과감하게 자금을 더 넣어야 한다. 정부 예산뿐 아니라 민간기업과 자본시장 자금까지 이어져야 한다. 메가프로젝트라면 투자 방식부터 메가프로젝트다워야 한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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