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업에 사회복지사·간호사·작업치료사도 허용
임상심리사 "교육·수련 과정 다른데…전문성 우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심리상담 사업에 임상심리사뿐 아니라 정신건강 분야의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작업치료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심리상담' 국가자격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심리상담' 누구에게?…정신건강전문요원 업무 확대 논란
AD
원본보기 아이콘

15일 보건복지부와 법제처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7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추가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란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 교육·수련을 받은 인력으로, 정신건강임상심리사·정신건강간호사·정신건강사회복지사·정신건강작업치료사 등 4개 직역으로 구성된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이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 특정 직역에 부여하려는 취지라기보다 이미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업무를 법령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2024년부터 시행된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사업'의 서비스 제공 인력에 포함됐고, 재난 현장에서도 재난심리 지원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리상담' 누구에게?…정신건강전문요원 업무 확대 논란 원본보기 아이콘

정신건강학계 등에서도 이번 개정안이 현장의 역할과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는 입법예고 직후 공지를 통해 "이미 현장에서 심리상담을 해 온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역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종사자들의 심리상담 관련 역량 강화를 위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국정신간호학회 역시 입법예고안에 대한 회원들의 찬성 의견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 임상심리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이번 개정안이 심리상담을 사실상 모든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전문성과 국민 안전을 문제 삼았다. 직역별로 대학·대학원 교육과정과 임상수련의 내용 및 깊이가 다른 만큼 별도의 역량 기준이나 추가 교육·수련 없이 업무 범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심리상담이 단순한 정서적 지지나 복지서비스 연계에 그치는 업무가 아니라 내담자의 정신병리와 위험도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 등으로 적절히 의뢰해야 하는 전문적 개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살 등 고위험군을 상담 과정에서 제대로 감별하지 못할 경우 국민 정신건강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해석도 쟁점이다. 개정안이 공통업무로 추가하는 것은 모든 민간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 전체에 허용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국가·지자체 등이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이다. 임상심리학계는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심리상담 수행 자격을 넓힐 것이 아니라 상담의 종류와 대상, 고위험군 선별 및 의뢰 기준, 교육·수련 요건 등을 먼저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입법예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입법예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

원본보기 아이콘

배성만 한국임상심리학회장(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은 "심리상담은 단순한 위로성 대화나 행정 연계가 아니라 엄격한 정신병리 감별과 정밀 심리평가가 선행돼야 하는 고도의 전문 의료·임상 행위"라며 "직역 간 교육과 수련의 차이를 묵살한 채 사업 편의만을 위해 심리상담을 공통 업무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 자살예방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AD

이번 개정안은 지난 6월 추진됐다가 직역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임상심리학회는 지난 11일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는 19일 전국 임상심리학 교수와 전문가, 대학원생 및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도심 집회를 예고하는 등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