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잇단 위험 경고…개발 가속 기조 고수
미·중 '죄수의 딜레마'
24일 정상회담 논의 주목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로 업계에서 '속도조절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AI 개발 가속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중 모두 상대가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을 우려해 규제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오는 24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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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둔베그 골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AI 업계가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규제를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솔직히 AI 경쟁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하기 때문에 나는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한 나라"라며 "AI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내가 만든 표현이지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AI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고 여러 조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제기할 필요가 없는 문제를 부각하는 부정적인 세력이 너무 많다. 그들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앤트로픽과 구글 등의 연구원들이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잇따라 회사를 떠난 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업계 인사들은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경고에도 중국과의 경쟁을 우선하며 현재의 AI 개발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업계의 경고가 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 기술들은 지금까지 빠르게 발전해 왔으며 독립적인 기업과 숀 케언크로스 백악관 국가사이버국장의 지도 아래 안전성이 관리돼 왔다"며 "우리는 이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사이버보안을 침해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훨씬 더 큰 위험은 악의적인 행위자가 우리를 보호하는 AI보다 뛰어난 AI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악의적인 행위자가 우리보다 우수한 AI를 개발해 생물학 무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케언크로스 국장과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AI 안전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싯 위원장은 "의원들도 이 문제에 강한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견해도 청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서 AI 규제 둘러싸고 충돌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AI 규제를 둘러싼 입장차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케언크로스 국장은 업계의 우려를 청취하며 독립적인 규제기관 설립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크라치오스 실장을 비롯한 규제 신중론자들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해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차르'로 불리는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은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 아모데이 CEO를 비롯한 AI 기업 수장들의 속도조절론을 겨냥해 "계속하라"고 비꼬았다.


삭스 위원장은 AI 기업들이 개발 속도를 늦추는 대가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규제 체계를 요구한다면 이는 "대중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협박으로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적인 합의에 동참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이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실제로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속도조절론은 '규제 포획' 시도이거나 선거철 심리전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도 CNN에 출연해 AI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의회의 성급한 규제에는 반대했다. 존슨 의장은 "의회가 불쑥 개입해 긴급 모라토리엄을 강요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며 "의회가 서둘러 AI를 규제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고 이는 모든 미국인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AI 기업과 정부, 의회가 함께 논의해 혁신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중 '죄수의 딜레마'…24일 정상회담 주목 

이처럼 미국이 AI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규제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AI 산업을 육성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규제를 강화하면 민간 기술 발전뿐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 역시 미국이 개발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만큼 독자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기 어렵다. 양국이 협력하면 AI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서로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에 경쟁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무기와 달리 AI 개발은 합의 준수 여부를 검증하기도 어렵다.


미국 의회에서도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AI 모델을 즉시 정지시키는 '킬 스위치' 의무화 등 관련 법안이 추진력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기료 부담이 중간선거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AI 안전 규제 전반에 대한 논의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이 AI 개발 경쟁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협의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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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은 AI 의제의 중요성을 고려해 정상회담 전 별도의 고위급 회동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I만을 의제로 한 회담이 열릴지, 경제 현안을 다루는 고위급 협의에 AI 문제가 포함될지는 불분명하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기자가 작성하고 AI가 부분 보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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