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예술 일자리 박람회 가보니…참여 기업·기관 46곳→64곳
작가·기획자 넘어 마케팅·공간연출·AI까지 '예술의 일' 확장
예술활동 연소득 평균 1055만원…"전공보다 해본 경험 본다"

"혼자 사업을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처음엔 몇 명이서 하셨어요."
"그런데…어떻게 버티셨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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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업을 시작해도 괜찮은지, 몇 명이 회사를 시작했는지, 프로덕션과 사업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좁혀야 하는지. 질문이 이어지다 결국 '어떻게 버텼는지'로 향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예술 일자리 박람회'.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정창윤 다이브인그룹 대표와 마주 앉은 참가자들의 관심은 취업 요령보다 예술을 어떻게 오래 '일'로 이어갈 것인가에 가까웠다. 이날 커피챗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는 프로덕션 경험자와 프리랜서도 적지 않았다.

정 대표에게 회사가 지금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묻자 작가나 전시기획자가 아닌 '마케터'가 먼저 나왔다. "아티스트·기획·프로덕션을 하는 분들은 많지만 상업적으로 풀어가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국내 시장만으로 구매까지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글로벌 경험을 가진 사람도 선호한다고 했다.


신입을 볼 때도 전공 자체보다 실제로 무엇을 해봤는지를 본다. 정 대표는 자신의 작업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해본 경험을 예로 들었다.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내놓아본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눈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창윤 다이브인그룹 대표. 정 대표는 예술 분야에서도 작품을 상업적으로 풀어낼 마케팅 역량과 공간 연출 감각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브인

정창윤 다이브인그룹 대표. 정 대표는 예술 분야에서도 작품을 상업적으로 풀어낼 마케팅 역량과 공간 연출 감각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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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인그룹이 하는 일도 예술 일자리의 달라진 경계를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과 호텔 객실을 결합한 '아트스테이'를 만들고, 객실에 들어간 작품을 상품으로 판매한다. 협업 작가에게 제작비를 제공하고 객실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라이선스 형태로 지급하는 구조도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아직 하나의 독립된 '일자리 모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작가가 관련 포트폴리오를 쌓고 이후 다른 협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으로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캔버스를 객실로 옮기자 기존 직업명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역할도 생겼다. 정 대표는 요즘 필요한 사람을 "인테리어와 연출가의 사이"라고 표현했다. 회화에 쓰던 색이 객실의 벽과 조명, 가구 속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작품의 시각언어를 공간 전체에 적용하면서 동시에 그 공간에 돈을 내고 머무는 고객의 취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몇 걸음 떨어진 취업상담 부스에서는 다른 종류의 고민이 오갔다. 고양문화재단 채용 관계자는 신입에게 "대단한 경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신 원하는 직무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왔는지를 살펴본다고 했다. 전공과 실제 프로젝트 경험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자 답은 보다 분명했다. "채용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경력이 더 중요합니다." 관련 경험 하나 없이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가 드물 만큼 구직자들의 경험치 자체가 높아졌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예술 일자리 박람회-예술로 일하다'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예술 일자리 박람회-예술로 일하다'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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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인근 예술가의집에서는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자신의 경력을 다시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AI 셀프브랜딩 부트캠프' 참가자들이다.


공예와 시각디자인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김나현씨(23)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가 그동안 해온 일은 사무직과 자영업이었다. 이력서 역시 사무직 경력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김씨는 "박람회에 오면 어떤 분야가 더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예술 분야로 방향을 돌리면서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날 인공지능(AI)은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도구라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다시 들여다보는 질문지에 가까웠다. 참가자들은 미리 설계된 클로드 프롬프트를 따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는지 단계별로 세분화했다. 김씨는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그 안에서도 세분화해 점검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고 했다. 사무직과 자영업이라는 이력을 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쓰는 대신, 그 경험 안에서 새로운 직무와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다시 찾아보는 과정이었다. 김씨는 이날 받은 프롬프트를 앞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도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박람회는 이처럼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넘어 일과 활동의 경로를 넓히는 데 무게를 뒀다. 취업상담과 자기소개서 클리닉뿐 아니라 기획·행정·유통·창업 분야 현직자 커피챗, 예술인과 기업·기관의 협업 연계, 계약·저작권 상담, 배우 오디션 등이 함께 열렸다. 주최 측 역시 행사 취지를 예술 분야 일자리뿐 아니라 산업·사회 각 분야와의 협업 기회를 넓히는 데 두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2026 예술 일자리 박람회-예술로 일하다'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2026 예술 일자리 박람회-예술로 일하다'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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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사람과 찾는 곳도 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집계한 채용상담 참여 기업·기관은 지난해 46곳에서 올해 64곳으로 18곳 증가했다. 지난해 참가자는 1952명이었고 올해 참가 인원은 현재 최종 집계 중이다. 2018년 시작된 관련 행사는 올해까지 모두 7차례 열렸다. 지난해부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공동 개최하면서 채용과 예술인 협업을 함께 다루는 현재의 통합형 박람회로 확대됐다. 공식적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통합 박람회다.


박람회가 '어디에 취업할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활동을 지속할 것인가'를 함께 묻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문체부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개인 소득은 연평균 1055만원이었다. 전업 예술인의 61.7%는 프리랜서였다. 회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예술인의 일과 생계를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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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지원센터도 박람회의 목표를 단순한 채용에 두지 않았다. 예경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실제 현장과 연결해 새로운 진로 가능성을 찾고, 기업과 기관도 필요한 인재와 협업 파트너를 만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채용에 그치지 않고 예술인의 현장 경험이 프로젝트와 새로운 활동 기회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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