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포괄하는 '이재명식 개혁' 의지
선명한 개혁 요구에 거리두기
부동산·검찰개혁은 속도·방법론 충돌
개헌·조작기소는 개인 이해 충돌 논란까지
갤럽 지지율 38% 취임 후 최저
이재명식 개혁 시험대, 조만간 기자회견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절대왕정을 무너뜨렸지만 혁명세력의 승리로 끝나지는 않았다. 혁명이 급진화하면서 자코뱅의 '공포정치'가 이어졌고, 1794년 로베스피에르가 몰락한 뒤 '테르미도르 반동'이 시작됐다. 뒤를 이은 총재정부 역시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1799년 나폴레옹의 쿠데타와 권력 집중으로 이어졌다. 나폴레옹 몰락 뒤에는 왕정까지 복원됐다. 전쟁과 경제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혁명의 과격화가 지지 기반을 좁히고 반작용을 키운 것은 프랑스혁명이 남긴 정치사의 한 장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 후 착석하고 있다. 2026.9.1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 후 착석하고 있다. 2026.9.1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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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반동'을 거듭 소환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동포간담회에서 프랑스혁명을 거론하며 "너무 과하게 상황을 이끌어가다 보니 소위 반동을 맞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역결집, 중도층 이탈 등을 통해 반혁명으로 어두운 시기를 맞았다"며 "에너지가 넘칠 때는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귀국 이후에도 같은 메시지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12일 엑스(X·옛 트위터)에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며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을 초래하는 것도 필히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한을 가졌으면 상응하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선거와 전쟁은 다르다", "공직은 모두를 위한 봉사자여야 한다"는 대목은 여권 내부를 겨냥한 메시지로 읽혔다.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승리한 진영이 국가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거나 지지층의 요구를 그대로 국정에 옮기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설정하고 있는 노선은 '개혁의 목표는 유지하되 개혁의 속도와 수단에서는 중도까지 동의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겠다'는 것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여론은 이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중도와 진보층에서 동시에 지지세가 이탈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 7월17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52%였다. 당시 진보층은 84%, 중도층은 5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11일 조사에서는 전체 긍정 평가가 38%로 떨어졌다. 진보층 역시 63%까지 낮아졌고 중도층은 37%에 그쳤다. 전체 지지율이 14%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진보층은 21%포인트, 중도층은 18%포인트 빠진 셈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포착된다. NBS에서 지난 7월16일 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55%였고 진보층 85%, 중도층 57%였다. 지난 10일 조사에서는 전체 지지율이 43%로 내려갔고 진보층은 70%, 중도층은 41%까지 떨어졌다. 부정평가 48%가 긍정평가를 처음 앞섰다. 두 조사기관 모두 '중도 이탈 속 진보 결집'이 아니라 중도와 진보의 동반 하락을 보여줬다.


이런 흐름은 개별 정책에서도 나타났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세제와 규제가 지나치다는 비판과 비거주 1가구 1주택 종부세 원상 복귀 이후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상존한다. NBS의 최근 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4%, 부정 평가는 65%에 달했다. 한국갤럽에서도 부동산은 최근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 역시 유사하다. 검찰 직접·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전환을 놓고 중도층에서는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여권과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후속 제도 설계가 기존 검찰의 권한을 충분히 해체하지 못한다며 '개혁 후퇴'를 비판했다. 최근에는 과거 검찰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던 김지홍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지명 방침을 두고도 이견이 제기됐다.


2기 개각 인사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민심'을 이유로 사실상 사퇴를 권유했고, 용 후보자는 13일 지명 1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가 인사청문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화한 여론이 결국 인선까지 흔든 셈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2030·여성·진보' 인사를 발탁했다는 상징성마저 잃게 됐다.


개헌 추진은 권력 분산과 정치구조 개편이라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4년 연임·중임제와 현직 대통령의 적용 여부가 부각되면서 논의가 '이재명 연임 개헌' 공방으로 옮겨붙었다. 이 대통령이 파리 동포간담회에서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히 제한돼 있다"고 재차 언급했지만, 진영을 불문하고 연임 의사가 없음을 보다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불법·부당한 수사를 규명하자는 조작기소 특검 역시 비슷하다. 특검의 취지와 별개로 논의가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6.9.9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6.9.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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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부동산·검찰개혁·인사에서는 정책 판단과 결정에 대한 신뢰를, 개헌·조작기소 특검처럼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 논란으로 번진 사안에서는 보다 분명한 입장 정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식 개혁'이 개혁의 후퇴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속도 조절로 받아들여질 경우 중도와 진보 어느 쪽에서도 지지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관심은 조만간 열릴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지에 쏠린다. 최근 잇따른 '반동' 경고가 향후 국정 운영과 개혁의 속도·방식에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지, '연임 개헌'과 자신의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가능성에는 어디까지 선을 그을 것인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도와 진보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말하는 '절제된 개혁'의 실체와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직접 설명할 필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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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갤럽·NBS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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