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권유에 용혜인 결국 사퇴…靑 2기 개각 상징성도 타격
김민석, 민심 악화에 사퇴 권유
당 민심 전달→후보자 수용, 지명 14일 만에 낙마
'2030·여성·진보' 겨냥한 파격 발탁 퇴색
지지율 38% 최저치 속 '인사' 부정평가 급증
김승원 후보자 등 청문회도 부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결국 자진 사퇴하면서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이 출발부터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설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명을 유지해왔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악화한 민심을 이유로 사실상 사퇴를 권고하면서 기존 방침을 접게 됐다. 2030세대와 여성, 더불어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진보진영까지 외연을 넓히겠다는 2기 개각의 상징성도 용 후보자 낙마로 상당 부분 퇴색하게 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용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필요한 후속 절차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며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용 후보자의 사퇴는 지난달 30일 지명된 지 14일 만이다.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방침을 둘러싼 논란에 배우자의 기본소득당 당직 문제와 당 사당화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용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고, 청와대도 이틀 전까지 지명 철회에 선을 그었다. 강 수석대변인은 11일 "장관 후보자는 국민께 설명드릴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인사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주말을 거치며 여권 내부의 기류가 급변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민심을 종합해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김태선 당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대표 겸직 문제가 법적 위반은 아니지만 국민 눈높이와 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용 후보자 역시 사퇴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으로부터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결단해달라"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거쳐 발탁하고 청문회 검증 원칙을 내세워 방어해온 후보자를 여당 지도부가 '민심'을 이유로 정리하는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로선 후보자 개인의 사퇴로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역으로 애초 인선이 적절했느냐는 검증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날 청와대가 사퇴를 존중한다는 입장과 함께 곧바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강조한 것도 이런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용 후보자 발탁은 2기 개각의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인사였다. 1990년생인 용 후보자를 비롯해 젊은 여성 정치인을 전진 배치하고 기본소득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청년·여성층을 끌어안는 동시에 민주·진보진영의 연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었다. 이에 당시 개각은 '중도 확장'보다는 범여권 결속과 세대교체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용 후보자의 낙마는 이 가운데 '청년·여성·진보'라는 가장 선명했던 상징 하나가 빠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사퇴 자체가 인사 논란을 종결짓는 카드가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해 11일 발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인 38%로 떨어졌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인사'는 16%로 크게 늘었다. 같은 조사에서 용 후보자의 장관 적합 평가는 13%, 부적합 평가는 6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 청와대와 여당이 추석을 앞두고 용 후보자의 거취를 조기에 정리한 배경에도 인사 문제가 국정 전반의 신뢰 문제로 번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중국산 쓰지마" 美 경고 한마디에 韓 '땡큐'…'5...
용 후보자의 사퇴로 시선은 이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잘된 인사"라며 엄호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야권은 용 후보자의 낙마를 고리로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릴 태세다. 청와대로서는 한 명의 후보자를 정리해 정치적 부담을 덜었지만, 2기 개각 전체의 인사 기준과 검증 시스템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용 후보자 사퇴가 '민심 수습'의 출발점이 될지, 또 다른 인사 역풍의 시작이 될지는 남은 후보자들의 청문 과정과 후속 인선에 달리게 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