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협의 채널 아직 부재
"조합원 의견 개편안에 담아야"
이르면 이달 말 첫 대면 교섭
재무여건 따라 배치 기피 우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할을 둘러싼 노사 교섭과 정부·노조 간 협의가 이르면 이달 말 시작된다. LH 노동조합은 조직 분할 결정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직원 선택권이나 고용 안정이 침해되면 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채를 어느 기관이 떠안을지 9000여명 직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가 교섭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이탁 제1차관은 지난 11일 서울 모처에서 이성훈 LH 사장 등과 'LH 조직 개편 킥오프 회의'를 열고 조직 개편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
김 1차관은 "작년 8월부터 LH 개혁위원회 등을 통해 그간 논의되어 왔던 LH 조직 개편 방향이 이제 정해졌다"며 "국토부와 LH가 원팀으로 조직 개편 이행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1차관은 이어 "각 기관 본사는 진주에 유지하는 것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이 보수 등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살피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LH를 둘로 나누기로 했다. 택지 개발·주택 건설은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 임대주택 운영·주거복지는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가 맡는다.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 LH를 만든 지 17년 만의 재분할이다.
분할은 정부 결정, 인력 배치는 노사정 협의 쟁점
LH 노조가 문제 삼는 건 '쪼개느냐'보다 '어떻게 쪼개느냐'다. LH 노조 관계자는 "직원 배치와 분리 뒤 재무 문제, 교차보전 후속 방안 등을 아직 공유받지 못했다"며 "세부안을 만드는 과정에 조합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분할 자체는 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직원 선택권이나 고용 안정이 침해되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교섭이 결렬되면 총파업도 가능하다"고 했다.
직원 배치 문제가 노사 갈등으로 번지면 조직 개편 일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경영상 결정이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다만 기업 분할 결정 자체가 곧바로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발표한 '노란봉투법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에서 기업 분할 등 조직 변동 결정 그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분할 방침만 발표된 단계는 근로조건 변동이 '가능성'에 그쳐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인력 배치안 등이 확인돼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돼야 고용안정 대책 등이 합법적 교섭 대상이 된다.
분할안 나오자 LH 노조 대응 본격화…이달 말 첫 교섭
LH 분할 논의는 이번 발표 수개월 전부터 수면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LH 임대사업 관련 부채와 자산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뒤 언론 등에서 여러 개편 방안이 거론됐다.
LH 노조도 이 과정에서 LH 개혁위원회 등에 의견을 내고, 국토부에 세부 자료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올해 초 LH 개혁위원회가 사실상 활동을 멈추면서 의견을 낼 공식 통로가 줄었다. 국토부에 직원 배치와 재무 분리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주로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가 지난 3일 분할 방침을 공식화하자 LH 노조는 대응 수위를 높였다. 4일 졸속 개편을 우려하며 충분한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9일에는 LH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국토부에는 노정협의체 구성과 별도 협의를 요청했다. 사측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으며 창구 단일화를 거쳐 이르면 오는 30일 첫 교섭이 열릴 전망이다.
특히 임대·주거복지를 맡는 '주택도시자산공사'의 재무 여건이 직원 배치의 민감한 변수다. 신설 공사가 LH의 약 174조원 부채 중 상당 부분을 떠안을 경우 경영평가와 임금·성과급 등 직원 처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특정 기관 배치를 꺼리는 직원이 늘고 인사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지면 조직 개편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LH 직원 9000여명 가운데 약 7700명이 조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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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노조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과 인력·재무 분리, 노사 간 쟁점 조율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분할까지 빨라도 1년, 길게는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직원 배치와 조직 개편 등 구체적인 내용이 LH 개혁안에 담길 예정"이라며 "발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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