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DAC 회원국 ODA 1743억달러…전년比 23.1% 감소
美 56.9% 급감·전체 감소분 75.1% 차지…독일 첫 최대 공여국
'원조→투자·금융' 전환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공여국이 무상원조를 대폭 줄인 반면 민간투자와 개발금융은 오히려 확대하면서 글로벌 개발협력의 무게중심이 '원조'에서 '투자·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도 주요국의 원조 축소로 생긴 공백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금융을 확대하고 사업을 먼저 발굴·제안하는 방식으로 ODA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공적개발원조(ODA) 축소 동향과 개발협력 재편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지난해 ODA 잠정 실적은 1743억달러로 전년보다 23.1%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감소세는 미국이 주도했다. 미국의 ODA는 전년보다 56.9% 감소했다. 삭감액은 약 380억달러로 전체 감소액의 75.1%를 차지했다. 독일(-17.4%), 영국(-10.8%), 일본(-5.6%), 프랑스(-10.9%)까지 상위 5개국을 합치면 전체 ODA 감소액의 95.7%에 달했다.
미국의 대규모 감축으로 독일은 290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 세계 최대 ODA 공여국에 올라섰다. 다만 미국과 독일의 격차는 1억3500만달러에 불과해 오는 12월 최종 통계에서는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OECD는 올해 순(net) ODA도 6.9% 추가 감소해 3년 연속 줄어들면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 투입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양자 ODA는 26.4% 감소했는데 무상원조가 29.1% 줄어든 것과 달리 민간지원수단(PSI)은 13.1% 증가했다. 다자 ODA 역시 12.7% 감소했다.
다만 기관별로 흐름이 엇갈렸다. 국제규범과 인도주의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UN) 지원은 27.0% 감소한 반면 세계은행 지원은 6.4%, 지역개발은행 지원은 11.9% 각각 증가했다. 정부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전통적인 원조를 줄이는 대신 민간자금과 개발금융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발협력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에서 직접 시행되는 사업도 크게 위축됐다. 개발 프로그램·프로젝트·기술협력의 순 ODA는 지난해 26.3% 감소해 해당 항목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이 26.3%, 최빈국 지원이 25.8% 각각 감소하는 등 원조 축소의 충격이 취약국에 집중됐다.
주요국들은 ODA를 줄이는 동시에 자국 산업과 안보 이해관계를 개발협력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 2월 발표한 개발정책 개혁안에서 자국 산업구조를 반영한 '경제협력 촉진'을 4대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신흥국과의 협력도 무상지원 대신 대출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잡았다.
미국은 지난해 7월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한 반면 개발금융기관인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권한은 2031년 12월까지 연장했다. DFC의 우발채무한도(MCL)도 600억달러에서 2050억달러로 3배 이상 확대했다. 에너지와 핵심광물, 해저케이블 분야에서는 고소득 국가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일본은 협력국의 요청을 기다리는 대신 자국이 강점을 가진 사업을 먼저 제시하는 '제안형(offer-type)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안전보장능력강화지원(OSA)도 확대해 개발협력을 산업적 국익과 안보 정책에 연결하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ODA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잠정 실적은 38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3% 줄었다. 2027년 ODA 요구액은 6조3084억원으로 올해 확정액보다 16% 증가했다.
다만 사업 수는 30.4% 줄어 사업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규 사업이 전체 요구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에 그쳐 늘어난 재원의 상당 부분이 이미 약정된 사업에 배분되는 구조다. 교통 분야 비중은 28.2%에서 21.9%로 낮아진 반면 보건과 저소득국 지원 비중은 높아졌다. 주요 DAC 회원국이 최빈국 지원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개발금융 활용도는 주요국보다 크게 낮다. 지난해 한국의 PSI 실적은 700만달러에 그쳤다. 일본 10억1900만달러, 영국 7억4900만달러, 독일 6억7400만달러와 상당한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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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은 개발금융의 통계·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위험분담 구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한국형 개발금융의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각 기관이 보유한 산업·기업 데이터를 협력국의 산업정책 및 투자계획과 연결해 사업을 먼저 발굴하는 '제안형 ODA' 체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제안 이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수단을 연계하는 방안도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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