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분절에도 국가 간 경제적 연계 이어져
韓, 미·중 한쪽 연계 줄이기보다, 커넥터 국가 생산망 활용
두 시장 모두와의 연결 유지해와

미 공급망 규제 강화시 리스크 커질 수 있어
커넥터 국가 완충 효과 활용하되, 특정 생산거점 의존도 낮춰야

최근 미·중 갈등과 러·우 전쟁 등에 따른 지정학적 분절에도 국가 간 경제적 연계는 단절되기보다 기존에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 경로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 역시 미·중 어느 한쪽과의 연계를 급격히 줄이기보다, 기존 아세안 등 '커넥터 국가' 생산망을 활용해 두 시장 모두와의 연결을 유지해 왔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생산·수출 경로의 폭을 넓혀줄 수 있으나,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 등 공급망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커넥터 국가를 통한 완충 효과를 활용하되, 주요국의 정책 변화나 공급망 충격이 제3국 생산망을 통해 국내로 파급될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고 특정 생산거점·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봤다.

미·중 갈등에 韓, 베트남 등 커넥터 국가 활용 전략 "공급망 규제 강화시 리스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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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박민재·정선영·전은총)는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각국의 대미·대중 관계 변화를 살펴보고, 글로벌 경제연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지와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공급망에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점검했다.


정선영 한은 조사국 아태경제팀장은 "유엔(UN)총회 표결자료를 이용해 각국이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2017년 이후 지정학적(정치·안보), 지경학적(경제·개발) 측면에서 각각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워졌는지를 분석한 결과, 다수 국가가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국 쪽으로 가까워진 반면, 지경학적 측면에서는 국가·지역별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경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지경학적 정렬이 지정학적 정렬과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각국의 산업구조와 대외관계, 공급망에서의 위치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중 간 직접교역이 줄어드는 가운데, 양측과 연결된 커넥터 국가가 생산·조달 네트워크의 중간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글로벌 경제연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커넥터 국가는 미국의 최종시장과 중국 중심 생산망 모두와 긴밀하게 연결돼, 미·중 간 직접교역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양측의 경제적 연결을 이어주는 국가로, 베트남·인도·멕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단순한 제3국 경유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함께 확대되면서 실제 생산 거점으로서의 기능도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 팀장은 "이들 커넥터 국가에서는 정치·안보와 경제·개발 측면의 대미·대중 관계가 비커넥터 국가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징이 나타났다"며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국에 가까워진 반면, 지경학적 측면에서는 중국에 가까운 입장을 유지하거나 중국 쪽으로 더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미·중 양측과 높은 경제적 연계를 유지해 온 한국·일본·호주는 지정학·지경학 정렬 모두에서 미·중 사이의 중간 위치를 대체로 유지해, 최근 커넥터 기능이 확대된 국가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국의 공급망에서도 베트남 등 커넥터 국가의 생산망을 통한 미·중과의 연결이 모두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6~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산업연관표(ICIO)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한국이 대 베트남 수출로부터 얻은 부가가치 중 미국의 최종수요(소비·투자)와 연결된 비중은 2016년 11.1%에서 2022년 18.5%로 증가했다. 중국의 최종수요와 연결된 비중 역시 7.3%에서 13.9%로 높아졌다. 정 팀장은 "특히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업종에서는 미국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12.8%에서 21.0%, 중국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11.2%에서 19.4%로 모두 크게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는 커넥터 국가인 베트남 생산망을 통해 한국의 수출 부가가치가 미국과 중국의 최종수요와 연결되는 비중이 모두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미국 최종수요로 이어지는 경로도 달라졌다. 미국과의 직접 연결 비중은 대체로 유지된 가운데, 제3국을 통한 간접 연결에서는 아세안 생산망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특히 한국의 주력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연결되는 직접경로의 비중은 2016년 73.1%에서 2022년 72.4%로 큰 변화없이 유지된 반면, 한국산 중간재가 제3국의 생산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간접경로에서는 중국 경유 비중은 10.7%에서 6.8%로 낮아지고, 베트남 등 아세안 5국 경유 비중은 4.9%에서 8.3%로 높아졌다. 정 팀장은 "특히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업종에서는 아세안5 경유 비중이 꾸준히 높아져 2022년(18.6%)에는 중국 경유 비중(17.0%)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미국 직접투자가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베트남 등 기존 아세안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도 이어져 최종시장에 대한 직접 진출과 커넥터 국가 생산망 활용이 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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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팀장은 "커넥터 국가를 통한 완충 기능을 활용하는 동시에, 주요국의 정책 변화나 현지 생산여건 변화 및 공급망 충격이 제3국 생산망을 통해 국내로 파급될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고, 특정 생산거점이나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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