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서 장기간 타는 이탄층…대기오염 장기화
전문가 “거대한 독가스실에 갇혀 있는 셈”

인도네시아에서 대형 산불이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대규모 연무와 대기오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림뿐 아니라 이탄지(peatland)에서 발생한 화재가 확산하면서 장기간 이어지는 유독성 연무가 주요 피해 요인으로 떠올랐다.


최근 영국 BBC 등은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을 인용, 지난 9일까지 산불과 연무로 인한 호흡기 질환 환자가 11만3336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1일 5만891명에서 일주일여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7개 주에서는 1250만 명 이상이 산불 연무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서칼리만탄 쿠부 라야의 쿠알라 두아 마을에서 산림청 소방관들이 이탄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칼리만탄 쿠부 라야의 쿠알라 두아 마을에서 산림청 소방관들이 이탄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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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면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산림 당국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약 20만2000㏊의 산림과 토지가 불에 탄 것으로 집계했다. 산불 연무는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탄지 화재다. 이탄지는 수천 년 동안 식물 등 유기물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쌓인 토양으로, 물이 빠지고 건조해지면 거대한 연료층으로 변한다. 불이 붙으면 지표의 식생뿐 아니라 땅속 이탄층까지 타들어가며 지하에서 장기간 불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의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서 일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PM2.5) 등 각종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특히 PM2.5는 입자가 매우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와 심혈관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 레스터대 수잔 페이지 교수는 "이 지역 전체가 거대한 독가스실에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로 인근이 연무로 뒤덮인 모습. 연합뉴스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로 인근이 연무로 뒤덮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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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지 화재는 진화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표의 불길을 잡더라도 땅속에 남은 불씨가 계속 타면서 다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층의 수분이 떨어지면 작은 불씨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전문가들은 단순히 지표에 물을 뿌리는 것뿐 아니라 지하 이탄층까지 충분히 적시는 방식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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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불의 피해는 불에 탄 면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하에서 타들어가는 이탄층이 장기간 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등을 배출하고, 여기서 발생한 연무가 바람을 타고 인근 지역과 국경 너머까지 이동하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에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해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물론 태국과 필리핀까지 대기질이 크게 악화한 바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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