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재현과 관광 산업의 교차점
해남·진도 격년 개최 속 사흘간 열전
체험·공연 다각화 속 '역사적 깊이와 경제성' 조율 과제

진도대교 아래로 바싹 다가가자, 수면 아래서 감돌던 바닷물이 하얀 거품을 뿜어내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단 12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쳤던 413년 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결사가 새겨진 울돌목 해협이다.


11일 오전, 이 압도적인 자연의 무대를 배경으로 '2026 명량대첩축제'가 사흘간(9월 11~13일)의 일정에 돌입했다. 해남군과 진도군이 격년으로 번갈아 주최하는 이번 축제는 올해 진도군 주관으로 치러진다. 개막 첫날 오전에 찾은 진도대교 아래 행사장 무대는 인파로 붐비기보다는 비교적 여유롭고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2026 명량대첩축제' 개막 첫날, 행사장 무대에서 주최 측이 마련한 공연이 펼쳐지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준경 기자

'2026 명량대첩축제' 개막 첫날, 행사장 무대에서 주최 측이 마련한 공연이 펼쳐지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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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진도대교를 건너기 전 해남군이 허락해 조성된 야시장 구역은 일찍부터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대조적인 활기를 띠었다.

전통 가락과 현대 대중문화의 공존…30여 개 무대 채워

축제 현장에 들어서자 30여 개에 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차례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전통 강강술래 공연인 '국가의 향연'의 능청스러운 가락이 울려 퍼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청소년 예술대회와 진돗개 독(DOG) 스포츠, K-POP 댄스 경연, 거리 버스킹 무대가 연이어 이어졌다.

전통 문화재와 현대 대중문화를 한 공간에 배치해 세대를 아우르는 다층적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기획이 눈에 띄었다. 여러 장르의 무대가 축제장 곳곳에서 전개되면서 방문객들의 관심과 발길도 자연스럽게 사방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축제 현장 체험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해양생물 보호 메시지를 담은 부스들을 체험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준경 기자

축제 현장 체험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해양생물 보호 메시지를 담은 부스들을 체험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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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라인을 따라 걸어가 보니 역사적 자산을 관광 상품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3만~5만 원대의 '충무공 숨결 정원 테라리움' 부스에서는 제작 과정을 관심 있게 둘러보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고, 옆 부스에서는 '복을 전하는 물고기 키링' 체험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이순신 디오라마 테라리움에는 '격전 후 장군의 평화로운 정원을 나만의 정원으로'라는 친환경 메시지가 자그맣게 적혀 있었다.

지역 해양 생태의 가치를 접목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축제 특유의 화려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도, 관람객들이 지역 해양 환경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되새겨볼 수 있는 신선한 모티브가 됐다.

체류 시간 늘린 키즈존…"놀이로 배운 호국 정신"

이순신불루로드 입구에 마련된 키즈존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가장 활기가 돌았던 구역이다.


8개 체험 부스를 돌며 도장을 찍는 스탬프 랠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완주 시 2만~5만 원권 지역 상품권을 지급하는 구조는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인근 식음료 상권으로 소비를 유도하려는 실용적인 동선 설계였다.

'2026 명량대첩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이순신불루로드 산책로를 걸으며 울돌목의 경관과 역사의 숨결을 동시에 만끽하고 있다. 이준경 기자

'2026 명량대첩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이순신불루로드 산책로를 걸으며 울돌목의 경관과 역사의 숨결을 동시에 만끽하고 있다. 이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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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높은 참여 속에서 진행된 스탬프 랠리는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명량해전의 역사적 맥락과 충무공의 호국 정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형 학습'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역사적 가치를 흥미로운 체험과 결합해 교육성과 관광 재미를 동시에 잡은 유익한 스토리텔링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울돌목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2026 명량대첩축제'는 역사적 상징성과 해양 관광이라는 두 축을 정교하게 맞물려가기 위한 현장의 모색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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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의 기적이 지닌 역사적 무게감을 중심에 두고, 세대와 지역 상권을 아우르는 상생 축제로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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