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이후 4000달러 초반까지 조정
중앙은행은 사지만 유가·금리 부담이 가격 압박
삼성證 "연말 4100~4750달러 전망"

금은 흔히 불안할 때 오르는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전쟁이 나고,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달러를 믿기 어려워지면 투자자는 금을 찾는다. 그런데 올해 금 시장은 조금 복잡하다. 중동 전쟁은 분명 불안 요인인데, 금값에는 호재가 아니라 악재처럼 작용하고 있어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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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삼성증권은 국제유가와 금리 때문에 금값이 과거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금 가격은 지난 1월29일 온스당 5781.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6월30일 4015.6달러까지 밀렸다. 지난 7월 말에도 4026.6달러에 머물며 연초 대비 8.2% 하락했다. 출발점은 금리였다. 케빈 워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된 뒤 시장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인물로 받아들였고, 금 가격은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잠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4000달러 부근에서 저가 매수가 들어왔고,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거래 중심지의 금 프리미엄도 다시 올랐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물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도 달러 약세를 자극했다. 금은 지난달 25일 4755달러까지 반등했다.


다만 이 랠리는 1월의 '패닉 바잉'과 달랐다는 분석이다. 옥지회 삼성증권 연구원은 "옵션시장의 내재 변동성은 1월 말 35%였지만 8월 말에는 24%에 그쳤고 강세 베팅 프리미엄도 1월 수준까지 올라가지 못했다"며 "시장이 "무조건 1월과 다르게 패닉바이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8월 말 이후 금값은 다시 흔들렸다. 잭슨홀에서 워시 의장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9월 인상 확률이 뛰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79%까지 올랐고, 금은 4369달러까지 떨어졌다. 9월 초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점도 금리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중동 전쟁이 변수로 붙었다. 보통 지정학 리스크는 금에 우호적이지만, 이번에는 전쟁이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전쟁 전 일평균 130회에서 주간 107회 수준으로 줄었고, 홍해 봉쇄 우려까지 더해지며 유가가 급등했다. 유가 상승은 다시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를 자극하고, 그 부담이 금값을 누르는 구조다.


그렇다고 금의 구조적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가격 하락 구간에서도 금을 샀다. 세계금협회 기준 2분기 중앙은행 금 순매입은 288.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8월에도 금을 추가 매입하며 22개월 연속 매입을 이어갔다. 달러 자산과 연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수록 금의 대체 수요는 살아날 수 있다.


결국 남은 변수는 두 힘의 줄다리기다. 하나는 달러와 Fed 신뢰 약화가 만드는 금 대체 수요다. 다른 하나는 전쟁발 유가 상승이 밀어 올리는 물가와 금리 부담이다. 삼성증권은 연말까지 금 가격 범위를 4100~4750달러, 연말 종가를 4550달러 안팎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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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교착 상태가 유지되는 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이하로 내려가기 어렵고, 금은 유가가 오를 때마다 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눌릴 것"이라며 "현 상태가 유지되는 한 중동 전쟁은 금에 우호적 시나리오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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