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 무신사·신세계·현백까지 달려들었다 "제2의 올영 목표"…뷰티 영토전 '2라운드'[Why&Next]
롭스·랄라블라 철수 후
굳어진 올리브영 천하
다이소·무신사·백화점 잇따라 영토 확장
가격·상권·고객층 차별화로 승부
한때 유통 대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렸던 헬스앤드뷰티(H&B) 시장이 다시 부상 중이다. 롯데쇼핑의 '롭스'와 GS리테일의 '랄라블라', 이마트의 '분스'와 '부츠'가 잇따라 철수하면서 CJ올리브영만 남은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들이 다시 진입하면서다.
후발주자들은 '제2의 올리브영'을 목표로 정면 승부하기보다 가격과 상권, 상품군, 고객층을 세분화해 각자의 강점이 있는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올리브영이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5000원 다이소부터 약국까지…다시 불붙은 뷰티 영토전
15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와 무신사를 비롯해 백화점, 홈쇼핑, 화장품 할인 전문점까지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 잇따라 매장을 내거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곳은 아성다이소다. '5000원 이하'라는 뚜렷한 가격대를 앞세워 10·20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VT코스메틱 '리들샷'이 품절 대란을 일으킨 데 이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 업체들도 다이소 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다이소의 뷰티 매출은 2023년 85%, 2024년 144%, 지난해 70% 이상 증가했다. 올해 1~7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최근에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상권에 뷰티 특화 매장까지 열었다. 1997년 1호점 개점 이후 특정 상품군만으로 전문 매장을 꾸린 것은 29년 만이다. 생활용품점의 한 상품군에 불과했던 화장품이 핵심 성장축으로 올라선 셈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서울 홍대에 지하 1층~지상 3층, 약 1262㎡ 규모의 첫 뷰티 단독 매장 '무신사 뷰티 홍대'를 열었다. 뷰티 매장과 지하 약국을 합쳐 약 870개 브랜드, 1만2000여개 상품을 선보인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판매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뷰티존은 입점 브랜드의 온라인 일평균 거래액이 개점 후 3주 동안 이전보다 약 35% 증가했다. 무신사는 오는 11월 성수에 두 번째 뷰티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백화점은 전문성과 체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K뷰티와 글로벌 브랜드, 뷰티 디바이스 등을 한데 모으면서 명동·홍대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8일 판교점에 더마 뷰티 전문 편집숍 '코오드(Kh?de)' 1호점을 연다. 피부과학에 기반한 고기능성 화장품을 모은 약 165㎡ 규모 매장으로, 대중적인 H&B 대신 피부 고민별 전문 큐레이션을 내세운다. 내년 초 더현대 서울에 2호점을 내고 향후 백화점과 아웃렛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도 오프라인 뷰티 편집숍 '코아시스'를 열어 TV홈쇼핑에서 쌓은 상품 소싱 역량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뷰티 아웃렛'을 표방하는 오프뷰티처럼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도 등장했다. 패키지 변경이나 재고 조정 등으로 발생한 상품을 직매입해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지난해 5월 첫 매장을 연 뒤 약 1년 만에 매장을 40개까지 늘렸고, 명동과 성수 등에서는 올리브영 인근에 대형 점포를 내고 있다.
롭스·랄라블라는 왜 올리브영을 넘지 못했나
유통기업들의 H&B 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대 롯데쇼핑은 롭스를 선보였고 GS리테일은 왓슨스를 운영하다 랄라블라로 간판을 바꿨다. 이마트도 분스에 이어 영국 드럭스토어 브랜드 부츠를 국내에 들여왔다. 결과는 대부분 철수였다. 분스와 부츠가 사업을 접었고 롭스는 가두점을 정리했다. 랄라블라도 2022년 오프라인 사업에서 철수했다.
승패를 가른 것은 점포망과 상품 기획력이다. H&B 사업은 점포가 늘어날수록 구매 협상력과 물류 효율이 높아지고 소비자 데이터가 쌓이는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한다. 올리브영은 이 구조에서 일찌감치 전국 단위 점포망을 구축했다. 매장에서 축적한 판매 데이터를 상품 소싱에 활용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인디 브랜드를 발굴해 키우면서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점포 수와 매출에서 올리브영과 격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 구성마저 비슷했다. 소비자가 올리브영 대신 다른 H&B 매장을 찾아갈 이유가 약했던 것이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 매장은 1275개였지만 롭스와 랄라블라는 전성기에도 각각 200개를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격차를 더 벌렸다. 경쟁 업체들이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는 동안 올리브영은 온라인몰과 전국 매장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인근 점포에서 빠르게 배송하는 '오늘드림'이 대표적이다.
올리브영이 키운 시장…정면승부 대신 각개전투
후발주자들이 최근 H&B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올리브영의 성공에 있다. 올리브영이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뷰티 시장의 파이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은 5조8333억원으로 2024년 4조7900억원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2023년 3조8611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사이 약 2조원이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537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4.6% 성장했다.
시장 성격도 달라졌다. 1차 H&B 경쟁 당시 국내 소비자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K뷰티 열풍을 타고 외국인까지 고객층에 들어왔다. 명동·성수·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화장품 매장은 외국인 여행객이 K뷰티를 체험하고 구매하는 관광 인프라가 됐다. 인디 브랜드의 급성장도 유통업체에는 기회다. 과거 대형 화장품 업체와 로드숍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탄 신생 브랜드가 단기간에 주력 상품으로 올라서는 일이 잦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유명해진 제품을 매대에 진열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에 뜰 상품을 빨리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특히나 매장에서 직접 써보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해 온라인에서 얻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이 반드시 '제2의 올리브영' 탄생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후발주자들이 특정 가격대나 상품군, 고객층에서 독자적인 수요를 확보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고객을 직접 빼앗지 않더라도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내면 충분히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올리브영에는 새로운 변수다. 특정 영역에서 가격이나 전문성을 앞세운 유통 채널이 자리 잡으면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화장품 브랜드 역시 판매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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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은 당장 없지만, 올리브영 중심으로 굳어진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이 얼마나 자기 영역을 만들어내는지를 주목하고 있다"며 "가격과 전문성, 체험, 상권별로 채널이 분화되면 화장품 업체들도 제품 기획 단계부터 판매 채널에 맞춰 상품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유통 전략을 세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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