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여도 이미 데워진 바다는 기억한다…남극해, CO₂ 배출원 될 수도[과학을읽다]
서울대 연구진, 남극해 탄소 '역방출' 메커니즘 규명
해양 온난화·강한 서풍 맞물려 CO₂ 방출 증폭…"탄소 감축 서둘러야"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를 줄이면 바다도 다시 예전처럼 탄소를 빨아들일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기 중 CO₂까지 제거하더라도 이미 열을 품은 남극해는 오랫동안 온난화가 지속되고, 강한 바람까지 맞물리면서 오히려 저장했던 CO₂를 대기로 다시 내뿜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는 11일 국종성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지구시스템모형과 다중 기후모델을 분석해 탄소 감축 이후 남극해가 CO₂를 흡수하는 '탄소 흡수원'에서 대기로 내보내는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희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자가 주저자, 국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탄소저감 시나리오에 따른 남극해의 온도와 알칼리도 변화. (A)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해도 남극해의 온난화가 상대적으로 지속되는 현상, (B-C) 실험 초기와 회복기의 남극해 표층 알칼리도 변화를 보여준다. 연구팀 제공
남극해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CO₂를 흡수해 지구의 기후변화를 완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인간이 탄소 배출을 멈추거나 이미 배출된 CO₂를 대기에서 제거한다고 해서 해양이 즉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CO₂ 줄어도 바다는 계속 뜨거웠다
연구팀은 지구시스템모형인 CESM2를 이용해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대기 중 CO₂를 제거하는 상황을 모의했다. 그 결과 대기 중 CO₂ 농도가 초기 수준까지 떨어지거나 그보다 낮아져도 남극해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지속됐다.
동시에 해양 표층에서는 CO₂를 받아들이는 능력과 관련된 알칼리도가 감소했다. 해양 내부에 축적됐던 열이 뒤늦게 방출되고, 해양 성층화와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한 '알칼리도 갇힘(Alkalinity trapping)'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온도 상승과 알칼리도 감소가 겹치면서 바닷물 속 CO₂의 분압(pCO₂)이 대기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CO₂는 분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바다가 대기보다 높은 상태가 되면 바다에 저장돼 있던 CO₂가 대기로 빠져나갈 수 있다.
남극해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남극해 특유의 거센 서풍과 높은 CO₂ 용해도로 해양과 대기 사이의 가스 교환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남극해의 가스 교환 계수를 전 지구 평균 수준으로 낮춰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누적 탄소 방출량이 크게 감소하거나 남극해가 탄소 흡수원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극해의 강한 바람과 활발한 가스 교환이 온난화와 해양 화학 변화로 발생한 CO₂ 역방출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의미다.
연구팀은 제6차 국제 기후모델 비교 프로젝트(CMIP6)의 여러 기후모델을 이용해서도 결과를 확인했다. 탄소 배출을 중단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남극해의 탄소 방출이 강화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탄소 방출이 나타나는 시점과 규모에는 모델별 차이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이력 효과'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기 중 CO₂ 농도를 낮추더라도 과거 온난화 과정에서 바다가 축적한 열과 해양의 화학적 변화까지 즉시 사라지지는 않는다. 감축을 늦췄다가 미래에 대규모 탄소 제거로 만회하려 해도 해양의 지연된 반응이 기후 완화 효과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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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에 따라 탄소 제거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배출 감축 시기를 앞당기고, 장기적인 탄소 제거 전략에도 남극해의 탄소 순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극해의 가스 교환과 알칼리도 등 해양 탄산염 시스템을 장기간 관측하고 이를 기후모델에 정밀하게 반영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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