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양강 구도 균열 가나… 'HBM 10만 장' 폭탄, 마이크론의 승부수[칩톡]
HBM 생산능력 1년여 만에 두 배
SK하이닉스·삼성전자 추격 본격화
HBM4 12단 비중도 최대 50%로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올해 말까지 월 10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지난해 월 4만~5만장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확대하는 공격적인 증산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 공급 부족이 이어지자 생산량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추격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HBM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선두를 달리고 삼성전자가 뒤를 잇는 가운데 마이크론이 추격하는 형태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생산능력을 월 10만장까지 늘리고 차세대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비중까지 빠르게 높일 경우, 국내 업체 중심의 시장에 본격적인 '3강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말까지 HBM 생산능력을 월 10만장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월 4만~5만장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을 올해 대폭 늘리는 것으로, 연말까지 최대 월 6만장의 HBM 생산능력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마이크론이 HBM 증산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 이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3월 베라 루빈용 12단 36GB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6단 적층 48GB HBM4 샘플도 고객사에 공급했다.
마이크론이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HBM4 공급을 빠르게 늘리면서 국내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매출 기준 점유율 50%로 1위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1분기 21%에서 2분기 33%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3위인 마이크론은 점유율 18%로 전 분기(21%)보다 소폭 하락했다.
마이크론의 증산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생산능력 격차는 지금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다만 HBM 시장에서는 단순히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점유율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는 구조인 만큼 수율과 적층 기술, 발열 및 전력 효율, 제품 신뢰성 등이 모두 중요하다. 여기에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품질 인증을 통과해야 실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생산능력을 확보하더라도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재 마이크론의 HBM 생산량은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 제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HBM4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HBM4 12단 제품 비중이 올해 초 전체 HBM 생산량의 20~30% 수준에서 연말에는 최대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실제 공급량까지 빠르게 끌어올린다면 HBM 시장은 국내 양대 메모리 업체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3강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AI 가속기 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메모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공급 차질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고객사가 HBM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마이크론의 증산은 시장 점유율 확대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메모리 병목 현상을 우려해 HBM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월 10만장 목표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생산능력을 두 배 수준으로 늘리는 셈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숨에 따라잡는 수준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을 각각 월 15만~20만장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월 10만장까지 확대하더라도 양사의 생산능력에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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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생산능력만 늘린다고 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시장이 아니며 결국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일정한 수율과 품질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HBM4 공급까지 안정화된다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중심의 시장에 마이크론까지 가세한 3강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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