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SZ 중국 자본 제주 잠식 실태 조명
부동산·물가 급등에도 지역 환원 부재
군사 요충지 인접에 안보 우려도 제기

대만 언론에 이어 이번에는 독일 언론까지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의 실태를 조명하고 나섰다. 과거 무비자 입국 제도와 낮은 문턱의 투자이민제를 발판 삼아 제주로 흘러 들어온 막대한 중국 자본이 지역 부동산 가격과 물가를 끌어올리며 주민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의 수익 역외 유출 문제와 전략적 요충지 인접에 따른 안보적 위험성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관광 자본 유치를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 크루즈관광객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 크루즈관광객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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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도 메뉴판도 온통 중국어"… 독일 매체가 포착한 제주

독일의 대표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최근 '한 섬이 질식할 위기에 처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자본 대거 유입 이후 급변한 제주도의 현실을 다뤘다. SZ는 제주 현지의 상황을 전하며 "식당 메뉴판부터 면세점 광고, 제주시 거리에서 들리는 대화까지 온통 중국어"라며 "중국인 방문객과 자본이 지나치게 쏠리면서 현지 주민들이 심각한 생활상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해외 언론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만의 일간지 자유시보 역시 2024년 6월 '제주도, 중국 섬 되나? 뒤치다꺼리하느라 바쁜 한국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008년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지와 투자처로 제주가 급부상한 과정을 조명한 바 있다.


외신들은 특히 한국의 낮은 투자이민제 문턱이 이러한 불균형을 부추겼다고 한목소리로 분석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호주나 뉴질랜드 등 주요국이 투자이민 자격 요건으로 약 40억원대의 대규모 자금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장기체류(F-2) 비자의 경우 약 5억원, 영주권(F-5) 비자는 15억원 수준으로 진입 장벽이 현저히 낮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이후 투자이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중 중국인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등 심각한 제도적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자본, 서울 중구 면적 사들였다

제주도의 중국 자본 잠식 현상은 통계 수치로도 명확히 입증된다. 한국 정부가 지난 2010년 5억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을 부여하고 5년간 유지 시 영주권을 발급하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이후, 제주도는 중국 투기 자금의 주요 타깃이 됐다.


제주항에 도착한 중국발 크루즈 드림호를 타고 온 중국인 관광객이 크루즈선에서 걸어 나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에 도착한 중국발 크루즈 드림호를 타고 온 중국인 관광객이 크루즈선에서 걸어 나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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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통해 제주도에 유입된 전체 투자금 1조2600억 원 가운데 무려 98%가 중국 투자자의 자금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영주권(F-5 비자)을 취득한 683명 중 약 90% 역시 중국인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사들인 제주 내 부동산만 총 1955건에 달한다.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개발업자들은 테마파크, 카지노, 비즈니스호텔, 대규모 골프 리조트 및 고층 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제주도 땅을 대거 매입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기준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 면적은 약 981만㎡(약 296만평)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특별시 중구 전체 면적(996만㎡)과 맞먹는 규모이자, 제주도 내 전체 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의 43.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중국 자본 유입에 집값·물가 '껑충'…지역경제 선순환은 '미지수'

문제는 대규모 중국 자본 유입이 제주 지역 사회에 가져온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계 자본의 무분별한 토지 매입과 개발 열풍은 지역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고, 이는 곧바로 현지 주민들의 주거비 및 생계비 부담으로 전이됐다. 더욱이 중국계 기업들이 대형 리조트와 면세점, 카지노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지역 사회로 재투자되거나 선순환하지 않고 본국으로 송금되는 이른바 '역외 유출'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작 제주 도민들은 경제적 과실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제주도 측은 중국인 소유 토지(981만㎡)가 제주 전체 면적(18억5028만㎡)의 약 0.5%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섬'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한국 정부 역시 2023년 5월 투자이민제 최소 투자금액 기준을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2배 상향 조정하며 무분별한 자본 유입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지정학적 우려도

그러나 SZ는 수치보다 질적 변화를 문제 삼았다. 중국 자본이 투자된 부동산 일부가 제주도 군사 통제구역 바로 인접해 있다는 점, 중국·러시아·일본·한국을 잇는 해상 항로의 요충지라는 제주의 지정학적 특성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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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주변 해상 항로는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정보기관의 작전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주의 중국 자본 유입 문제를 단순한 부동산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 및 동북아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다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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