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 라이선스 시대 온다…AI 버추얼 프로덕션의 미래[AI 생존법]
장원익 엑스온스튜디오 대표
"제어할수록 비싸져…사전 기획이 해법"
버추얼 프로덕션과 인공지능(AI)의 융합은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해체한다. 장원익 엑스온스튜디오 대표는 이 융합의 최전선을 개척해 온 선구자다. 모팩스튜디오, 위지윅스튜디오 등에서 30년간 국내외 프로젝트 300여 편을 이끌었다. 2020년에는 일산에 국내 최초의 LED 기반 버추얼 스튜디오도 구축했다.
그는 버추얼 프로덕션의 현 수준을 "배우를 직접 촬영하며 AI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접근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원류는 유리에 그림을 그려 가상 배경을 만든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글라스 페인팅과 반사 스크린으로 그림자를 상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론트 프로젝션이다. 이 흐름이 2020년 인카메라 VFX를 거쳐 2025년 3D 모델 자동 생성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태국 현지 사원 사진을 3D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AI 기술(가우시안 스플래팅, NeRF)로 원격 로케이션이 구현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간과 공간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로케이션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렇진 않다"며 "특정 신에 해당하는 요소가 있을 때만 유효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방탄소년단(BTS) 월드 투어 당시 LED 배경에 실시간 추가한 AI 갈매기를 소개했다.
실사와 AI 융합의 핵심 과제로는 초상권 이슈와 퀄리티 보장의 균형점 찾기가 꼽힌다. 장 대표는 "관객은 콘텐츠 감상 시 가장 먼저 배우의 눈을 본다"며 감정선 훼손의 위험성을 짚었다. 이를 해결할 열쇠로는 제도적 변화를 꼽았다. "어느 시점이 되면 초상권 라이선스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유명 배우의 초상권이 데이터베이스화돼 기술적 어색함이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상권 문제와는 별개로, AI는 이미 제작 효율성 면에서 뚜렷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옛 이야기: 모세'가 대표적인 예다. 고작 일주일을 촬영하고 5개월 동안 제작해 단가를 30% 정도 낮췄다.
장 대표는 "제작 속도가 세 배에서 다섯 배 정도 빠르다"며 "특정 로케이션에 가지 않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경량의 스태프만으로 일주일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부터 여러 기술을 어떻게 쓸지 설계해 결과를 만들었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가장 크게 AI 기술을 활용한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적인 미국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짚었다. "할리우드는 아직 AI에 대해 굉장히 냉정하다"면서도 "향후 할리우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보여주는 상징적 작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입력 모델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만 입력하던 초기 방식은 다양한 멀티 레퍼런스를 요구하는 씨댄스 2.5를 거쳐,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이 작업을 통제하는 에이전트 AI 단계로 넘어왔다. 정교해질수록 통제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장 대표는 "제어를 많이 할수록 비용이 상승하고, 결과물을 어느 정도까지는 보장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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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은 여기서 나온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필름 촬영 시대의 치밀한 사전 기획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장 대표는 "생성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과거 필름 시대처럼 크리에이터들이 사전에 많은 논의를 거쳐 슛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카메라 패럴랙스, 렌즈 화각, 라이팅 셋업 등 전통적인 VFX 렌더링 이론을 이해한 창작자만이 비용 낭비 없이 최고 품질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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