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까지 관리하는 애니메이션 AI 워크플로우

임범상 레드독컬처하우스 감독은 기계가 쏟아내는 압도적 속도의 유혹에도 전통 작화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기술 추종을 경계하며 전통 작화와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이프라인'을 현장에 적용한다. 기존 그림 관련 직업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업계의 불안을 새로운 개념으로 돌파한다. 그렇게 구현한 결과가 정설아 작가의 어린이 문학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를 애니메이션, 웹툰, 만화 등으로 확장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프로젝트다.


레드독컬처하우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레드독컬처하우스.

레드독컬처하우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레드독컬처하우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임 감독은 "기존 2D·3D 공정과 AI가 결합할 때는 서로 영역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잘하는 부분은 맡기되, 기계적 생성 이미지가 섬세한 시각적 분위기를 살리지 못할 때는 직접 그려서라도 디자인한다는 설명이다. "AI를 100%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AI를 소홀히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단일 이미지를 다수의 포토샵 레이어로 분리하는 에이크론 플랫폼의 스플릿 레이어·컴포즈 레이어 기능에 대해 "작업자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부분 수정 효율을 높게 평가했다. 특정 모델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완 3.0 프라임, 씨댄스 2.0·2.5, GPT 이미지 2.0, 미니맥스 하일루오 3 등을 비용과 품질 면에서 재차 교차 검증했다. 임 감독은 "GPT 이미지 2.0은 화면에 잡티가 많이 생겨 애니메이션 특유의 깔끔한 색면 느낌을 해친다"는 결함을 짚어내기도 했다.


이런 꼼꼼함은 콘텐츠 고증에서도 이어진다. AI 애니메이션 워크플로우 완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시도한 '수원 마스코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수원시 상징 캐릭터 '수원이', 수원 삼성 블루윙스와 수원FC 마스코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단편 영상은, 명문 구단이던 수원 삼성이 2부 리그로 강등되고 수원FC도 2부로 떨어진 실제 사건을 서사로 삼는다.

AI 콘텐츠 제작 포럼 현장/모피어스 스튜디오.

AI 콘텐츠 제작 포럼 현장/모피어스 스튜디오.

원본보기 아이콘

임 감독은 "아무 이미지나 쓸 수 없어 고증 작업에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15일 두 팀이 2대2로 비긴 경기 결과까지 워크플로우에 반영했다. 수원 삼성의 화려했던 1부 시절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다. 2년마다 바뀌는 대한축구협회 스폰서와 축구공 디자인 변천사까지 직접 자료를 찾아 영상 생성 조건에 입력했다.


이런 정교한 작업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따른다. 창작 못지않게 기획력과 재무적 책임감이 중요해진 이유다. 임 감독은 크레딧 소모를 막기 위해 사내에 자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팀원들 스스로가 토큰을 관리하도록 했다. 그는 "4K 영상 30초를 생성하면 4868크레딧, 약 10만원이 소모된다"며 "1크레딧을 25원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AD

"AI는 도구, 완성은 사람의 몫"[AI 생존법] 원본보기 아이콘

이 시스템은 매주 팀별로 사용 가능한 토큰량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이다. 엄격한 할당제를 둔 배경에 대해 임 감독은 "클릭 한 번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무분별하게 생성 버튼을 누르지 않고, 정해진 자원 안에서 미리 기획하고 신중하게 생성해야 불필요한 재작업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