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창·류재환이 만든 상업 드라마의 새 문법

SBS 드라마 '김부장'에는 3분 30초 분량의 100% 인공지능(AI) 시퀀스가 삽입됐다. 실사 촬영비를 감당할 수 없던 제작진의 선택이었다. SBS에서 '미남이시네요', '드라마의 제왕' 등을 연출한 홍성창 스튜디오S 대표와 '1947 보스톤', '스윙키즈', '감기' 등에서 VFX를 담당한 류재환 모피어스 스튜디오 부대표가 이 작업을 이끌었다. 치밀한 논리와 기술적 검증을 거쳐 상업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드라마 '김부장' AI 생성 이미지/모피어스 스튜디오.

드라마 '김부장' AI 생성 이미지/모피어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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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부장' AI 작업 워크플로/모피어스 스튜디오.

드라마 '김부장' AI 작업 워크플로/모피어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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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북한을 배경으로 한 이 시퀀스는 기획 초기부터 실사 촬영 견적이 걸림돌이었다. 홍 대표는 "3분 분량을 찍는 데 제작비가 5억~6억원 정도로 나왔다"며 세트 제작 방식의 재무적 한계를 짚었다. 지난해 11월 사흘간 AI 교육을 이수한 그는 "미드저니가 뭔지 아냐고 물었을 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직원들이 비웃고 있다는 뉘앙스를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홍 대표는 강사가 시연한 6개월 전 결과물과 현재 사이의 질적 차이를 목격하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충분히 AI로 제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실무진을 설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상업 콘텐츠에 통제 불가능한 생성형 AI를 적용하려면 철저한 사전 검증과 제도적 권한 확보가 뒤따라야 했다. 모피어스 스튜디오의 통합 플랫폼 에이크론을 기획하기도 한 류 부대표는 여섯 페이지 아흔여덟 컷 분량의 초기 콘티를 받았을 당시 "난도가 높아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국기 속 붉은 별의 각도, 터널의 곡선과 포장도로의 질감, 교각 위 얼음·눈의 쌓임 정도, 오토바이 주행 시 물리력 등 다섯 가지 극한 테스트를 스스로 만들고 통과시켰다. 설정 변경 권한, 1차 편집 권한, 1차 색보정 권한을 사전에 요청해 제도적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렇게 검증과 권한을 모두 확보한 뒤에야 배우 소지섭이 출연하는 장면을 레퍼런스 이미지 없이 프롬프트만으로 생성할 수 있었다.


AI 콘텐츠 제작 포럼 현장/모피어스 스튜디오.

AI 콘텐츠 제작 포럼 현장/모피어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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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데이터의 무한 생성은 프리 프로덕션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다. 류 부대표는 에이크론 워크플로우로 콘셉트 이미지 500장 이상, 4K 최종 이미지 1200장 이상, 영상 2000개 이상을 생성하고 최종 300여 컷을 조립했다. 방대한 생성과 선별을 반복한 이 과정은 AI를 컴퓨터그래픽(CG)의 보조 수단으로 여겨온 기존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 그는 "AI가 VFX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CG보다 못하다는 결론으로 평가받게 된다"며 "예산 절감 수단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도구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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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방대한 생성에는 그만큼의 위험도 따랐다. 북한 간부 캐릭터를 만들며 프롬프트에 '표독스러운'을 입력하자, 북한 공작원 영화에 출연한 특정 한국 배우의 얼굴이 그대로 도출됐다. 류 부대표는 "생성된 인물에 대해서는 항상 조심하고 있다"며 저작권 오염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인공의 후시녹음 립싱크가 어색해 보이는 장면은 마지막 대사 컷을 세밀하게 잘라내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기계의 한계를 연출력으로 메운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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